지난 달 20일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시작으로 조만간 각 정당·정파의 18대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의 새로운 시대적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보다 많은 기회를 보장받고 일부 특정 집단이 경제력을 남용하거나 독점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일 것이다.
같은 의미를 대입하여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민주화 과제 중 하나가 공정성이 배제된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수도권 규제다. 이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란 태산 같은 장벽과 각종 법령의 중첩 규제로 공장 신·증설과 4년제 종합대학 신설 등 발전 인프라 구축은 그림의 떡이다.
삶의 기본 환경조차도 통제를 받고 있다. 전체 면적의 44%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화장실이나 축사 하나 지을 때도 군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지역 발전 족쇄의 근간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공정성을 짚어보자.
수십년간 각종 규제로 차별 받아
지난 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 입법 당시 목적과 요체는 60~70년대 단기 압축 성장에 따른 산업·인구의 수도권 과밀과 집중화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대비 서울과 경기남부 일부 지역의 과밀성장만 놓고 보면 총론적으로 입법 취지에 타당성은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맹점은 법 제정 당시부터 비수도권에 비하여 더욱 낙후되었거나 차이가 없던 북부지역을 수도권으로 규정하여 법 적용을 한 것이다. 법 제정 당시나 지금이나 경기북부에 산업·인구 과밀지역이 있는가? 성장 과밀로 인한 부작용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철옹성 같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에 과밀 발전은 꿈도 못꾼다.
중추적인 성장잠재력과 동력을 확보할 통로가 없으니 지엽적, 땜질식 개발과 발전이 근근이 이어져오는 악순환만 지속되고 있다. 공정성이 실종된 북부지역에 대한 요지부동의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과 규제로 이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과 국가에 대한 상실감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지난 17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부처합동으로 열린 제3차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규제완화는 가장 효과 빠른 제2의 투자”라고 했다. 지역발전의 공정한 기회 제공 차원에서 경기북부지역에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지적이다.
접경지역으로 중첩규제 폐해의 대표 사례인 연천, 파주, 김포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주거 등 국민생활 밀접 지역은 현대전 개념을 반영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전향적인 완화도 필요하다. 파주시의 경우 전체 면적의 90.7%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파주시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1천900만평이 군부대와 사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 지도자는 ‘규제민주화’ 이뤄야
경기개발연구원의 지난해 연구 자료에 따르면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경기북부의 소득 손실만 해도 연간 51조원이 넘는다. 국민 모두에게 균등해야 할 국방이라는 공공재(군사용 토지) 부담을 감내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경기북부에 국가는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 광활한 경기북부 토지만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기부채납용 땅이란 자조적 멍에를 져서는 안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땀과 눈물이 행복으로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들도 출마 선언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기북부만큼 각종 규제로 눈물 흘리며 좌절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온 곳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각종 규제로 차별을 받아왔던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이다. 각 당 경선 후보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광역단체별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지만 경기북부지역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315만 경기북부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새 지도자는 바로 ‘규제민주화’를 이룰 사람이다.
이인재 파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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