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바이러스’ 확산… 무방비 사회 목숨 앗아간 성폭력… 가정폭력 악몽… 묻지마 폭행
“세상 험하다 험하다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뉴스 보기도 겁나네요.”
세상이 무차별 폭력으로 멍들고 있다. 더욱이 믿었던 가족과 지인 등 주변인들에 의한 폭력은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는 묻지마식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에 시민들은 두려움과 함께 진저리를 치고 있다.
여대생 삶 짓밟은 ‘성폭력’
소개팅 나갔다 성폭행 당해 의식불명 방치… 끝내 숨져
지난 4일 오후 6시40분께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꽃다운 21살의 여대생이 목숨을 잃었다.
수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유명 헤어디자이너를 꿈꿨던 여대생 A씨(21)는 지난달 28일 새벽 4시35분께 K씨(27)와 K씨의 소개로 만난 S씨(23)에 의해 모텔로 끌려가 무차별적인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수원의 한 호프집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K씨가 남자친구를 소개해 준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이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돌아온 것은 끔찍한 성폭행과 의식불명, 그리고 죽음이었다.
더욱이 이들 2명은 성폭행 후 의식을 잃은 A씨를 모텔에 버려두고 도망쳤다.
이들은 10시간이 지난 뒤 모텔로 돌아와 119에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후송된 A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일주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5일 K씨와 S씨를 특수준강간혐의로 구속했지만, 남은 것은 A씨의 허망한 죽음과 남은 가족의 상처뿐이었다.
A씨의 가족은 “개강 전에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벌겠다고 해 말렸는데, 그때 제대로 말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며 “일해 받은 돈으로 아빠한테 선물사주겠다던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가야 하느냐”고 울부짖었다.
A씨는 6일 오전 수원 연화장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다.
‘가정폭력’에 우는 이주여성
결혼후 돌변 상습 폭행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
베트남에서의 첫 번째 결혼 실패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지난해 한국에서 현재의 남편과 재혼한 B씨(40).
그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B씨의 지난 1년은 지옥과도 같았다.
결혼 전 한 없이 자상했던 남편이 돌변, 무차별적인 가정폭력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
급기야 지난해 12월 잘못 걸려온 한 남성의 전화가 빌미가 돼 정신까지 잃을 정도로 맞은 B씨는 오직 살기 위해 가출을 감행, 현재는 외국인 쉼터에 숨어 지내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17세 때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온 C씨(43)도 20년 넘는 남편의 폭행과 폭언에 남은 것은 몸과 마음의 상처뿐이다.
전 부인의 아이 2명도 제 자식처럼 키웠지만, 남편의 폭력에 고막이 터지고 온몸에는 멍울만이 남아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를 20여년.
보다 못한 딸이 ‘지금이라도 새 삶을 찾으라’고 던진 한마디 말에 C씨는 지난달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피해를 입는 이주여성들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따르면 경기지역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관련 상담건수는 1천24건으로, 매일 2~3명 이상의 이주여성들이 말 못할 가정폭력에 상담소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라진 ‘참을 忍’
스쳤다고… 쳐다봤다고… 도심 한복판서 폭행·살인
지난 4일 밤 10시47분께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식당에서는 20대 여성과 30대 가정주부가 주먹이 오가는 드잡이를 벌였다.
싸움의 발단은 화장실에서 서로 지나가다 단지 어깨를 스쳤다는 이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멱살을 잡은 이들은 한마디 사과도 던지지 않은 상대에 격분해 서로에게 주먹을 날려 얼굴을 때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주먹이 오가는 일이 여성들간에도 벌어진 것.
앞서 3일 오전 6시20분께 수원역 인근 대로변에서는 현역군인이 포함된 20대 초반의 건장한 남성 11명이 집단으로 난투극을 벌여 1명이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아침 출근길 8대3으로 대로변 난투극을 벌인 이들은 경찰에서 “상대방이 우리를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싸움이 붙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달 24일 밤 9시45분께에는 수원시 팔달구의 한 의류매장 앞에서 공익요원 Y씨(20)가 어깨를 부딪치고 째려봤다며 Y양(19) 등 2명을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 입건됐다.
같은달 23일 밤 11시23분께 매교동의 한 식당 앞에서도 D씨(50)가 술에 취한 상대로 L씨(39)와 몸이 부딪쳤다는 이유 만으로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파편을 맞게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유지웅 치안정책연구소 책임연구관은 “과열 경쟁과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학교나 직장 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곳 없는 사람들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영국·양휘모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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