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수신사로 일본을 방문하던 중 메이지마루호 선상에서 그려서 사용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고종이 도안한 것을 박영효가 그렸을 뿐이라는 주장에 더 무게를 두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 시작이 1882년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이후 1883년 3월 6일에 당시 ‘조선국기’로 불린 태극기가 국기로 제정되었으며, 1942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최초로 우리나라의 국기를 ‘태극기’라고 이름 붙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태극기는 탄생 이후 약 1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국기로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너무나 보고 싶지만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시상대에 설 때에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의 대상이었으며, 월드컵에서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단결의 매개체였다.
태극기는 이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으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었다. 이러한 태극기가 최근 들어 수난을 당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친일카페를 만들어 불에 태운 태극기 사진을 올리고 ‘봐줄만하다’고 말하는, 시쳇말로 ‘개념 없는’ 고등학생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애국가와 태극기를 부정하는 모 국회의원도 있었다. 또한 얼마 전 뉴스에 따르면 일부 도시의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이 10%대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실로 ‘태극기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국기는 일정한 형식을 통하여 한 나라의 역사, 국민성, 이상 따위를 상징하도록 정한 기(旗)이다. 따라서 국기는 한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고, 권위를 나타내주며, 구심점의 도구로 널리 사용된다. 국경일에 국기를 게양하는 것도 국민들이 함께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단결해 나가자는 의미에서이다. 우리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태극기로 단결하여 극복해 나갔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퇴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태극기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구리시가 지난 2007년부터 한강 둔치에 50m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고 시의 주요 간선도로에 365일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나, 2010년 광복절을 맞아 우리나라 도시로는 최초로 ‘태극기의 도시’를 선포하고 태극기 선양 범시민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우리 마음속에서 희미해져가는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의미였다. 태극기를 통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최근 구리시 외에 많은 지자체에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들이 ‘태극기의 도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날 우리의 국권을 유린했던 일본은 아직도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 우겨대고 있으며, 축구경기에서는 욱일승천기를 흔드는 제국주의적 발상에서 기인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 정치·경제·사회 등의 각 분야에서 우리의 예측을 뛰어 넘는 위기상황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닥쳐올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은 우리 국민의 하나 된 힘이며, 태극기는 그 힘을 모으는 상징이다. 세계 최대의 다민종, 다민족 국가이며 세계 최고의 범죄율과 최다 전쟁국인 미국이 무너지지 않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 중의 하나가 바로 ‘성조기’를 중심으로 한 애국주의라는 학계의 정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65일 내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모든 국민이 태극기 아래 하나로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동적인 장면이 아닌가?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순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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