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조상님 산소의 벌초를 위해 고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고향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고향소식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벌초를 마친 뒤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대화를 하다보니, 때가 때인만큼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오는 12월에 치뤄질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이슈로 등장했다.
대다수 농촌지역이 그렇듯이 필자의 고향마을도 대통령 선거 때면 인물과 정책공약 보다는 지역 색에 따른 해당 정당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고향 방문에서 어르신들의 대화 내용은 그동안 보여왔던 대선에서의 농촌지역 민심과는 사뭇 달랐다. 최근 잇따라 출마를 선언한 ‘빅3’ 후보들에 대한 인물별 호불호(好不好)는 있었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선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식상함과 함께 큰 반감을 보였다.
오히려 촌로(村老)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딸이 아버지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 앞으로의 정책과 능력 검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단점을 들춰내 공격하는 것 보다는 국가운영 능력과 정책 공약을 통한 미래의 비전을 살피고, 검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촌로들은 정치권이 지나치게 상대 후보에 대한 문제점을 들춰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국민들이 냉철하게 국가와 지역에 대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국민이 정당싸움에 휘둘리지 말고,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농촌지역 민심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는 비단 농민들 만이 아닌 전국민의 바램일 것이다.
이제 국가의 운명을 가를 18대 대통령 선거일도 9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최근 잇따라 출마를 선언한 ‘빅3’ 후보들은 저마다 출마의 변을 통해 정치개혁을 통한 새로운 정치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정치쇄신으로 국민열망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18대 선거는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본격적인 대선전이 시작된 만큼, 무엇보다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 연휴 민심의 향배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각 정당들은 지역구 의원들을 총 동원해 추석연휴 민심잡기에 올인할 태세다. 추석명절에 이뤄질 ‘안방민심’에 사활이 걸렸다고 보는 정치권은 연휴 직후 민심을 중앙당 또는 선거캠프에 전달할 것이다. 그동안 선량들이 명절 민심을 전하는 것을 보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이는 곧 민심 이반으로 이어져 정치불신을 가져온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판단력은 무서울 정도로 예리하다. 옛말에 ‘제왕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왕은 하늘이 아닌 민심이 내린다.
저마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18대 대선을 뛰고 있는 후보자와 정당들은 정권 창출을 위해서는 민심을 바르게 헤아려 보다 진정성 있게 민심 곁으로 다가 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심은 무섭고 준엄하며 그 심판을 잘 받은 후보가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국민은 이를 투표로 보여줄 때 국가의 밝은 미래와 국민의 행복은 더욱 앞당겨 질 것이다.
황선학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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