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리스도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 자칫하면 편파적인 신앙관을 갖고 때론 이 편협된 교의를 신자들이나 비신자들에게 잘못 전하지 않을까 늘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종교와 종파의 교리서적들을 학생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 왔습니다. 물론 니체의 초인적 사상을 조심스럽게 넘나보면서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종교의 힘은 무엇이며 그 영향이 어떻게 인류에게 미치고 있는가를 유심히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덴마크의 사상가인 키르케고르는 ‘두려움과 떨림’이란 저서에서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이 자기의 귀한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을 받는 과정에서 하느님을 독대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사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니체는 교회가 허상을 쫓고 있다고 하면서 인간 실존 자체에 더 큰 의의를 부여하게 되는 사상을 폈습니다. 바로 이것은 당시의 교회집단이 예수님이 세우신 참다운 교회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에 의해 교회가 무섭게 변질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 종교지도자들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사회를 자기들의 세속적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것 같이 보이는 때가 허다합니다.
프랑스에서와 같은 유럽의 반 교회운동이나 니체시대엔 적어도 교회집단은 호되게 야단을 맞아도 유태인 출신인 시몬느 베이유라든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같이 예수님 자신에 대해서는 깍듯한 예의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회 분위기는 예수님을 재물의 신, 명예의 신, 욕망의 신, 광란의 신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 교회집단이 이기주의에 빠졌거나 물질주의 그리고 현실주의에 빠져버린 타락한 집단으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를 기업경영과 같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세상입니다.
그리스도 신자들이 운영하는 여러 상점에 가보면 대부분 “자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라는 욥기 8장 7절의 말씀이 걸려있는 것을 쉽게 보게 됩니다. 성경 말씀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현세적인 것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금권 및 정치권력이 교회 안에 들어와 교회의 영성과는 동떨어진 이익 집단으로 변질된 것을 보게 됩니다.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교회에 신도들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요. 그러나 이로 인해 재물에 따른 물의가 빚어지는 것은 분명 교회의 타락인 것입니다. 교회는 재물을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불우한 이웃을 위한 자선 배급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꼭 해야 할 몫이 마태복음 25장 ‘최후의 심판’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권을 향한 선거열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나타나는 현실은 대권을 향한 사람들이 자기 신앙과는 전혀 다르거나 어떤 때는 못마땅해 하는 교회나 사찰에 가서 합장을 하거나 부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부패하였는가를 보게 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종교 지도자들이 분명히 알아차려야 할 것은 종교집단이 이 사회를 정의롭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가는 큰 힘도 있지만 사회를 부패시키는 상상할 수 없는 마력(魔力)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보면 정확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단언하건데 대권을 향한 누군가를 종교 집단에서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뿌리부터 타락한 것이라고 봅니다.
종교는 현세적인 정치집단, 기업집단이 아니라 인간영혼을 위한 영원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인도하는 곳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수원대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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