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 된지도 17년이 지났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회 의원을 직접 선출하고, 단체장은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은 행정을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한편,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갖춘 의회가 병행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행정이 관(官) 주도 형태에서 민(民) 주도 형태로 틀이 바뀌고 여건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는데 시행 초기 관 주도에 익숙해 있는 주민들이 관 행정에 선뜻 나서질 못했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면서 그에 따른 관심과 욕구도 늘어나고 진정한 주민자치를 통한 지방자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수 또한 늘고 있다.
주민자치는 링컨 대통령이 주창했던 슬로건처럼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지방행정으로 완결돼야 한다.
마을(Village)은 통상 시골에서 여러 집들이 한데 모여 사는 공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관리나 벼슬아치가 모여 나랏일을 처리하는 곳으로 작은 규모지만 주민들이 마을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단위이기도 하다.
경제개발시대인 지난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일제히 진행됐던 새마을운동은 주민이 스스로 삽과 괭이를 들었고,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갈고, 길도 닦으며 당시 낙후됐던 마을의 인프라들을 개선하는데 한몫을 했다.
물론, 당시의 새마을운동은 절대 빈곤을 극복하겠다는 국민들의 염원과 의지가 담겨진 정신개혁운동이기도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전국의 마을들이 차별화 없이 획일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난 10여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농촌관광이 과거 관 주도의 새마을운동처럼 진행돼 도시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똑같은 양상으로 추진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전국의 농촌관광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곧 주민들의 아이디어나 생각, 의견 등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도시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대부분 획일적이고 비슷한 트렌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양평군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는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특성과 콘텐츠 등을 갖춘 마을을 만들어 가겠다는 ‘아름다운’ 시도로 첫발을 내딛은 양평군의 마을 만들기는 지방자치 패러다임을 개혁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과 같이 획일적인 마을을 만들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녹여져 있는 것이다.
전국 어느 곳을 가 봐도 우리나라 자연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양평군의 마을도 남한강이나 북한강 등 수변을 갖춘 곳도 있고, 용문산이나 칠읍산처럼 명산을 갖춘 마을도 있는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하고 유별난 정서와 감성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런 마을들이 똑같은 콘텐츠로 꾸며져 차별화되지 못한다면 결국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상품들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양평군의 마을 만들기는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양평군의 마을과 주민들에게는 과거 유래 없던 크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세계사를 근대와 현대로 가르는 분기점이었던 ‘르네상스’가 600년이라는 시공을 훌쩍 뛰어 넘어 지금 양평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 선 교 양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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