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투표하는 우리의 손을 거룩하게 하소서

오늘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게 될 최고의 어른을 선택하게 됩니다. 참으로 거룩한 날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들은 것과 기대하고 있는 것들을 경건하게 생각하면서 투표장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나라의 모든 것들을 진두지휘할 강력한 집단이 형성되기에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 종교의 봉사자이기 때문에 나의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는 마음을 갖고 투표장에 가서 거룩한 한 표를 행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하면서도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어른을 선택함에 있어서 북한까지 품어 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과 도량을 겸비한 분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발표된 수많은 공약들 가운데 정작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서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것은 바로 도덕 정치입니다. 즉 도덕이 사회의 근본 바탕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관은 결코 물질이나 감각적인 것에서 찾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행복추구의 첫걸음인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목표는 아닌 것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강의를 통해서 ‘정의와 공정’이 무엇인지 세계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미국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왜 도덕인가?’라는 책을 통해서 지구촌의 성실한 지도자들은 다들 이것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여러 나라에의 정치 논쟁은 복지와 자유를 큰 이슈로 삼고 있는데 행복한 인간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삶’ 즉,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 의식의 형성과 도덕적으로 함께 공감을 할 수 있는 시장의 환경을 조성하고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결속의 공감대를 만들며 시민들이 덕성의 소중함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일깨우고 그래서 결국 도덕적 참여의 정치를 펼쳐나가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선거에 임하면서 제가 늘 읽고 기도하곤 하는 신약성경의 이런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마태오복음 4장에 나오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유혹을 받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만민을 위한 구세주의 삶을 계획하면서 광야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지내던 중 한 유혹자가 와서 세 가지 유혹을 하게 됩니다.

이중에 가장 첫 번째 유혹은 바로 40일 동안 단식을 한 상태에서 돌에게 빵이 되라고 했을 때 예수님의 허기가 극에 달한 상태라 가장 쉬운 기적을 행하실 수 있었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라고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약 30여 년 전만 해도 너무 가난했기에 당시엔 먹을 것, 입을 것, 쉴 곳이 모두 인줄만 알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아님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우리가 정신적인 것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찾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제시하는 ‘좋은 삶’ 즉, 개인의 욕심을 뛰어넘어 공유의 삶 안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도록 우리 새 대통령이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런 도덕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을 우리가 모셨으면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온 국민의 투표하는 손들을 거룩하게 하소서라고 빕니다.

최 재 용 천주교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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