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같은 부동액, 대충 관리하면 사람잡는다

사람 잡는 ‘부동액’ 안전관리는 허술
물과 구분 어려운데다 페트병 보관 다반사 겨울철 공사장 인부들 사고 위험 무방비

경기지역 일부 공사현장에서 섭취 시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는 ‘부동액’ 관리가 허술, 근로자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부동액은 육안으로 물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편의를 위한다며 일반 페트병에 아무런 표기도 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부동액은 통상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시멘트와 모래를 섞을 때 필요한 물이 얼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람이 부동액을 섭취할 경우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독성물질로 혈액의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최악의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더욱이 부동액은 무색ㆍ무취의 액체로 육안으로는 물과 구분이 어려워 매년 1건 이상의 부동액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공사현장에서의 관리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병점동의 한 원룸신축 공사현장에서는 부동액이 담긴 생수 페트병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페트병 뚜껑에는 붉은색의 ‘X’자 표시가 돼 있었지만, 인부들이 이를 콘크리트에 희석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담긴 액체가 물인지 부동액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인부 L씨(58)는 “부동액 용기(18ℓ)를 통째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불편하다”며 “이렇게 생수 페트병에 보관하는 게 간편하고 좋은 데다, 페트병 뚜껑에도 표시를 해두었기에 누가 마시거나 할 위험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건설현장에서도 부동액이 담긴 일반 페트병이 건설 자재들과 뒤섞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무색ㆍ무취의 부동액이 일반 페트병에 담겨 있었지만 이것이 부동액임을 알 수 있는 표시나 문구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의 공사책임자 K씨(48)는 “인부들에게 부동액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수차례 말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정식 용기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사현장에서 부동액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인부들이 부동액을 물로 착각하고 섭취하는 안전사고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3일 파주에서는 부동액이 섞인 수돗물에 컵라면을 끓여먹은 인부 7명이 구토와 복통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부동액 제조업체에 부동액의 색상을 추가하고 용기에 경고 문구를 확대 표기하도록 했다”면서 “섭취 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공사현장에서도 안전사고에 더욱 각별히 주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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