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 바로 침묵을 통한 수행 수덕의 과정입니다. 불교에선 동안거, 하안거라 하여 거의 1년에 6개월여 동안 수행에만 전념하면서 참다운 깨우침을 하게 되거나 진정한 진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석가모니가 고행과 법을 통해 정각(正覺)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본받는 행위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창시자 예수는 광야에서 침묵 중에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소명을 깨우치게 됩니다. 지금도 천주교의 사제들이나 수도자들은 일 년에 의무적으로 약 10일간 피정(避靜)을 하게 되는데 대침묵이란 분위기에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마호메트도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 신의 음성을 듣게 되고 추종하는 신도들도 기도를 신앙의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힌두교도 고행과 요가를 통해서 보다 높은 인간의 경지에 오르려 합니다.
이를 볼 때에 침묵의 행위는 종교적인 것에서부터 인간 모든 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침묵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실감했습니다. 대선에 나선 사람들끼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제시보다도 신랄한 비판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청중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입후보자가 이 사람은 절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이를 적극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바로 침묵 중에 있는 일반 국민은 서서히 분노를 하게 되고 힘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SNS를 통해서 일반 대중을 우롱하는 것을 보면서 침묵의 힘이 심하게 격분하였음을 봅니다.
결국 투표의 결과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의외로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것은 바로 침묵하는 국민들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면서 선거에 임하는 출마자들이 이젠 침묵하는 국민들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절실히 깨우치게 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선거를 통해서 출마하는 사람들이 어떤 양식을 갖고 예의 바르게 서로를 존중하고 비록 결점이 있더라도 서로 인격적으로 대중들을 대면하는가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 국민의식이 진일보한 성숙한 선거의 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선 교황을 선출할 때에 선거권이 있는 추기경급들이 로마의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의 콘클라베(conclave:열쇠로 잠근 방)에 모여 선거에 임하는데 바로 중요한 것은 침묵과 기도 중에서 투표를 하게 됩니다.
우리 성당에서 봉사자를 뽑을 때엔 투표하기 전에 먼저 기도하고 침묵 중에 누가 훌륭한 지도자가 될지 마음속으로 그려보면서(일명 소명 의식) 참여합니다.
이젠 어떤 형태의 선거이든 모든 출마자들이 침묵 중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국민 대중을 의식할 것입니다. 이번 대선은 또다시 우리 국민의 선거의식을 진일보시킨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비록 내가 선택한 사람이 선출되지 않았다 해도 이젠 그와 그의 협력자들이 펼쳐가는 정책들을 위해 온힘으로 함께 도와야 할 것입니다.
최 재 용 천주교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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