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누출 “누출량 미미하다” 쉬쉬… 직원도 주민도 ‘깜깜’

제2의 구미사태 우려 주민들 불안감 확산

“불산이 누출됐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말이나 됩니까? 황당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정도입니다”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까지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1만5천여명의 반도체공장 직원들은 물론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제2의 구미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28일 오후 7시께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는 근로자들이 퇴근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12시간 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할 정도로 위험한 불산가스가 생산 11라인에서 누출됐음에도 이를 아는 근로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인근 12, 13라인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들 역시 불산가스 누출사실을 모르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어떠한 방송이나 경고문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업체는 사전에 △인근 주민들에게 사고 시 조기경보의 전달방법 △사고 시 주민의 대피요령 △사고물질에 노출 시 응급조치요령 등을 사업장마다 자체방제계획을 수립, 주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불산가스 누출량이 2~10ℓ로 극히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어 인근 주민과 같은 공장 내 근로자는 물론이고, 경찰과 소방, 화성시와 경기도 등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근로자는 불산가스가 누출된 사실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불산가스가 이곳에서 누출됐다는 말이 사실이냐”면서 “오늘 내내 방송은 커녕 불산가스 누출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에서 이와 같은 말을 전해들은 다른 근로자들도 불산이라는 단어에 두려움을 느끼며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인근 병원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공장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도 불산누출 가스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수 많은 기자들의 등장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장 1~2㎞ 내 20여개 대형 아파트단지 등에 거주 중인 수십만명의 주민들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주민 A씨(32ㆍ여)는 “뉴스에서만 보던 불산가스 누출이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불산이 굉장히 위험한 물질인데 최소한 인근 주민들에게는 통보를 해줘야 하지 않느냐. 무작정 숨긴다고 피해가 덜 하지는 않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누출된 양이 미미하고 자체 소방병력이 있어서 기관 통보가 늦어진 것 같은데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 중이다”라며 자세한 답변은 피했다.

성보경 양휘모기자 boc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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