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죽음은 경찰에 신고조차 되지 않아”

결혼 앞두고 살림까지 마련했는데…

삼성 불산누출사망 故박명석씨

유족들 갑작스런 죽음에 울분

장비 미착용 회사발표 인정 못해

“결혼 앞둔 우리 아들,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억울해서 어쩝니까”

29일 오전 11시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로 사망한 박명석씨(34)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시 강동구 친구병원 장례식장.

화환 대여섯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빈소에는 십여 명의 유가족들만이 처참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박씨의 어머니 H씨(56)는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초점 없는 눈으로 흐느껴 울었고 아버지(60)는 멍한 얼굴로 아들의 영정사진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H씨는 “중학교부터 6년간 꼬박 신문배달을 하며 용돈을 벌었고, 회사에서도 15년 근속상까지 수상하며 인정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꼼꼼했다. 어려서부터도 속 한번 썩인적 없었다”며 오열했다.

숨진 박씨는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야간대학을 다니던 늦깎이 대학생으로, 올해 결혼을 앞두고 최근 회사 근처에 신접살림까지 장만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버지 P씨는 “사무실에서 편한 일 하는 줄 알았지, 이렇게 위험한 일 하는 줄 몰랐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끝내 눈물을 내비쳤다.

유가족들은 박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아 사망했다는 삼성전자 측의 발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의 남동생(31)은 “회사로부터 어떻게 얼마나 다쳤는지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가운데 형이 목숨을 잃었고, 사망진단서를 떼려고 알아보니 경찰에 신고조차 안돼 있어 오후 2시쯤 직접 신고한 것”이라며 “5명이 한 공간에 있었는데 회사측이 목숨을 잃은 형에게만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면서 30일 오전 8시2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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