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누출 주민설명회
“평소에도 타이어 타는 냄새 났다” 맹비난
주민들 대기오염 전수조사ㆍ건강진단 등 요구
삼성측 “사람 죽기 전 심각하게 생각 못해 큰 잘못”
“스크린 하나 켜놓고 ‘문제 없습니다’라고 하면 끝인가요?. 주민들을 무슨 ‘호구’로 아는 것인가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망사고와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 주민설명회는 삼성측이 준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탓에,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고위간부가 “이번 불산 누출 사고전에도 작업중 불산이 새거나 튀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혀 삼성의 안전불감증이 다시한번 논란이 될 전망이다.
30일 오후 7시 화성 동탄1동 주민센터에는 삼성전자의 명확한 사고 경위 발표와 책임있는 안전대책 등을 요구하는 수백여명의 주민 목소리로 들끓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 참석한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김태성 전무와 커뮤니케이션팀 이승백 상무, 삼성반도체 환경안전팀 성우동 부장, 사내부속의원 홍기훈 의사 등 4명을 향해 사고 발생 이후 관계당국은 물론 왜 인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냐는 등의 추궁을 이어갔다.
주민들은 “불산이 누출된지 3일이 지났는데 그게 지금 공기를 타고 날아갔는지, 어떻게 장담하느냐”면서 “평소에도 새벽에 창문을 열면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는데 지금은 무서워 창문도 못열고 외출도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인석 화성시장도 “화성시가 배제된 상태에서 (사고발생)연락이 오고가고 그 와중에 시민의 안전은 뒷전이었다”면서 “시장도, 정부부처도 모두 이번 사고를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사실은 분명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삼성전자를 향해 △주기적인 대기오염 전수조사 △주민 건강 이상시 건강진단 △삼성-주민간 정기적인 소통창구 개설 △화학물질 현황 공개와 안전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전자 김태성 전무는 “주민들이 불안해 하시는 것처럼 불산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정말 죄송하고, 주민 피해 부분은 직접 조사를 벌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또 설비투자 등을 해 주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명회 말미에 “본인이 확인한 바는 없지만 작업중 불산이 작업자들의 옷에 튀거나 미량으로 새어 나왔던 것으로 안다”며 “사람이 죽기전까지는 불산 누출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큰 잘못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이번 사건 전 작업중에도 불산이 작업장내에 유출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부실대응, 보고체계 등에 대한 감사를 벌였으며,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인천 서구 소재)도 이날 오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사고 현장과 석우ㆍ능동ㆍ학동초교 옥상과 푸르지오 아파트단지 등 5곳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등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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