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 잿더미 만든 처참한 현장으로…

‘불씨’ 안고 사는 공장 컨테이너 쪽방… ‘코리안 드림’ 또 잿더미로
새벽 덮친 화마에…베트남인 2명 사망

컨테이너로 만든 열악한 숙소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20대 외국인 근로자들이 화재로 인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새벽 0시8분께 화성시 정남면 오일리의 한 금형 제조공장 숙소용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 베트남 근로자 2명이 숨졌다.

이 불로 2층짜리 컨테이너 박스 4동 전체와 공장천장 일부가 타면서 업체 직원 B씨(24)와 친구 S씨(23) 등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불은 소방서 추산 2천400여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낸 뒤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친구 사이로 B씨를 찾은 S씨가 함께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화재로 무너진 컨테이너 박스 안에 깔리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컨테이너 박스에는 업체 직원 9명과 친구 3명 등 12명의 베트남 근로자가 잠을 자고 있었지만 B씨와 S씨 외 10명은 대피해 화를 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과 숙소용 컨테이너 박스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편 숨진 B씨를 포함한 공장 근로자 9명은 지난 2011년 7월 설치된 2층 2개동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해왔으며, 숨진 S씨 등 3명은 휴일을 맞아 놀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현장 속으로] 외국인 노동자 숙소는 ‘화약고’

‘화재 취약’에도 쇠창살… 도내 공장지대마다 즐비 불나면 무방비 참사 불보듯

불법시설 지자체는 ‘뒷짐’

화성 한 금형 제조공장 내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던 20대 근로자 두명이 화재로 사망한 가운데 사고 공장 주변 수십여곳의 영세 공장마다 컨테이너 숙소가 즐비,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이들 공장들은 컨테이너 박스 2~4개씩을 2층으로, 또는 나란히 겹쳐놓은 채 전기난로 등으로 난방, 화재에 취약한데다 화재 발생 시 탈출도 힘든 상태로 제2의 참사사고가 우려되고 있었다.

3일 오후 1시께 화성시 정남면 오일리의 금형 제조공장 B정공 앞.

자물쇠로 굳게 걸어 잠긴 정문 옆으로 돌아가자 철제 담장 사이로 시커멓게 타버린 채 지붕마저 주저앉은 숙소용 컨테이너 박스가 드러나면서 이날 새벽 일어난 화재의 처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방이 얼룩덜룩하게 그을린 2층짜리 컨테이너는 한쪽 천장이 완전히 우그러져 1층에 닿을 정도였고 바깥으로 휘어져 나간 방범용 쇠창살 아래로 반쯤 떨어져 나간 실외기가 거꾸로 매달린 채 덜렁거렸다.

금속가공업체 등 상당수 공장이 모여 있는 오일리 일대는 이 같은 숙박용 컨테이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다수 업체마다 컨테이너 박스 두 개를 붙이거나 위아래로 쌓아 임시숙소를 설치, 박스 별로 1~2개씩 난 창마다 쇠창살이 굳게 처져 있어 위기 상황 발생 시 탈출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인근의 한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 등지의 외국인 근로자 4명을 고용한 이 업체는 2×3m의 컨테이너 박스 두 개를 쌓아 올려 숙소로 제공하고 있었다.

가설벽으로 나누어진 컨테이너 내부로 들어서니 3㎡ 남짓한 공간에는 밖으로부터 끌어온 전선 네댓 개가 얽혀 있었고, 콘센트마다 휴대전화 충전기, TV, 노트북 등 전자제품 플러그 서너 개가 동시에 꽂혀 있었다.

특히 난방을 전기보일러로 떼는데다 한쪽 벽에는 온열히터마저 설치돼 있어 전기합선 사고를 우려케 했다.

인근 B금속업체 중국인 근로자는 “컨테이너 상자가 철제로 된 데다 공간이 좁고 사방이 막혀 있어 불이 나 갇히기라도 하면 끝장이다”며 “여기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대표 A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업체 대부분이 비용, 편의성 탓에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관할 시청에 신고안한 불법 컨테이너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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