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설날을 맞이했다.
서양력으로 인해 새해를 맞이하였으나 음력설이 지금 우리의 설이다.
정말 정답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고, 새학기, 새직장 등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새로운 설레임 대신 걱정이 태산이다. 오르는 물가는 서민들을 더욱더 힘들게 하고, 늘어나는 청년실업률, 급변하는 세계정세 등 하루라도 편안한 날이 없다. 이럴수록 우리는 희망과 용기를 갖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바꿔야겠다.
인간은 태어날 때 세가지 삼독심(三毒心) 즉, 탐, 진, 치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욕심을 내게 되면 화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지혜의 종자가 사라져 항상 번뇌와 망상에 사로잡혀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나니, 그것을 버리면 항상 맑고 바르게 생활하게 되며 자비심으로써 베풀게 될 것이다. “천지동근(天地同根), 만물일체(萬物一)라” “하늘과 땅도 나와 더불어 하나의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 하였는데 법성(法性)과 나의 성품이 같은 뿌리이고 진여(眞如)와 무명(無明)이 하나의 몸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모든 자존심과 허상을 벗어버린다면 우리에게 참된 성품으로 관(觀)할 것이다.
“세상만물은 모두 생명을 지니고 있다.”
‘중아함경’에 보면 “올바른 진리를 깨닫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땅, 물, 불, 바람의 생명현상을 개인의 소유물로 파악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 고 하셨다.
서해안을 바라보는 덕숭산 수덕사의 만공스님 사리탑에는 지금도 “너와 나, 해와 달, 하늘과 땅, 공기와 물이 둘이 아니라 같은 뿌리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는 뜻의 ‘세계일화(世界一花)’ 라는 문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을 하는가를 가리기 전에 스스로가 잘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가 반성을 하고 참된 진리의 깨달음을 체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생명에 두고 우리가 생존하는 모든 생명에 대해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거세개탁(擧世皆濁)’이었다. 이 말의 뜻은 ‘온세상이 모두 탁해 홀로 맑게 깨어있기 힘들다’ 라는 의미이다. 그 이유는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 에 담겨있다.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난 굴원이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고 있자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 그 꼴이 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 쫓겨 났다”고 답했던 고사에서 비롯됐다. 어떠한 상황과 어려운 경우가 닥치더라도 밝은 지혜로써 처신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하고 자비를 베푼다면 절망이 희망으로 불신이 믿음으로 바뀌어 질 것이다.
昨夜夢中頭頭佛(어젯밤 꿈속에 서는 머리 머리마다 부처이더니)今朝開眼物物薩(오늘 아침 눈을 뜨니 물건 물건마다 보살이구나!) 遠着窓外處處主(멀리 창밖을 바라보니 곳곳마다 주인이요) 秋來黃葉念念一(가을이 와 잎 노라니 생각 생각이 하나로구나!)
이 게송은 “우리 모두 부처가 되자, 주인공이 되자” 는 뜻의 게송이다. 부처를 이루려면 보살도를 실천해야 한다. 보살이란? 나보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이를 가르킨다
보살도를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 가까운 곳을 한번 살펴보는 계사년 한해가 되기를 서원한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모래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은혜는 모래에 새겨 금방 잊어버리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는 것이다.
은혜를 마음에 새기면 고마움이 남아 누구를 만나도 무슨 일을 만나도 즐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에 원수를 새기고 나면 그것은 괴로움이 되어 마음속에 쓴 뿌리를 깊이 내리게 된다.
우리는 정말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고 있다.
한나라의 대통령도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가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작금에 우리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다.
성 행 청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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