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재가 돼서도… 베트남 청년들 ‘발묶인 귀향’
■ 화마에 빼앗긴 ‘코리안드림’
가족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공장 숙소서 안타까운 죽음
청년들 빈소는 차려졌지만… 부검 안끝나 장례절차 못정해
보상 절차도 아직 불확실
화성 한 금형공장 화재로 20대 베트남 근로자가 사망(본보 4·5일자 6면)한 가운데 사망자들의 빈소는 차려졌지만 유가족 등이 도착하지 못해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지 채 일년이 되지 않아 변을 당한데다 아직 보상절차마저 불확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오후 12시께 화성시 봉담장례문화원. 지난 3일 화성시 금형제조공장 B정공의 컨테이너 숙소 화재로 목숨을 잃은 베트남 근로자 브응딩탕씨(24)와 우엔반탕씨(23)의 빈소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두 청년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는 분향소에는 베트남 지폐와 배, 쌀밥 등으로 꾸려진 간단한 제사상이 마련돼 있었고 베트남 남성 두 명이 상주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조문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맞은편 접객실에선 이들을 찾아온 20여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이 여댓명씩 모여 앉아 이른 나이에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두 청년을 조용히 기렸다.
브응딩탕씨의 고향 친구 완딘탄산씨(28)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3월 한국으로 돈을 벌러 온 이후 매달 급여 140만원 중 100만원씩을 고향에 부쳐야하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청년이었다”고 그를 효자로 회상했다.
완딘탄산씨는 “농사짓는 부모님 잘 모시겠다며 한국행을 택한 후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며 “부모님을 뵈면 뭐라 얘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엔반탕씨는 조만간 베트남으로 떠나는 매형에게 인사하고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전하러 컨테이너 숙소를 찾았다 봉변을 당했다.
한국행을 택한 지 불과 9개월 만이었다.
고향 친구 미라씨(25ㆍ여)는 “착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 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자주 말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이 목숨을 잃은 지 이틀 만에 빈소는 차려졌지만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베트남 대사관 및 업체 등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유가족은 빈소를 찾지 못했다.
이번 장례를 총괄하고 있는 왕순탄씨(33)는 “업체에서 빈소는 차려줬지만 보상이나 보험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타국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은 만큼 보상이 정당히 이뤄졌음 한다”고 말했다.
B정공 관계자는 “부검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장례절차도 정해지지 않아 뭐라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지난 3일 새벽 0시8분께 화성시 정남면 오일리의 B 정공 숙소용 컨테이너에서 불이나 숨졌으며 5일 부검이 실시됐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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