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종교와 세금의 아름다운 만남

종교도 국가의 존재 안에서만 평화스런 종교 활동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존립이 가장 중요한 선결문제가 되어야 한다면 종교도 국가의 운영을 위한 모든 면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원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종교집단이 여러 복지시설 등을 통해서 국가의 지원을 대부분 받고 있음을 볼 때 세금 납부는 의무를 넘어서 당연히 우리 교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신부, 수녀에게 미약하지만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일부 교구(敎區)에서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비도 공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와 성직자가 납세의무를 통해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은 물론 국가의 안녕과 발전을 통해서 영생을 위한 성무(聖務)의 활동이 보장받거나 더더욱 활기차게 선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납세의무의 신성함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종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종교가 정치 및 재력에까지 영향력을 강하게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국민은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질문할 때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을 들을 때 우리는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종교의 역할이란 우리 국민들을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음을 봅니다. ‘삶의 질’에서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총체적 고민은 바로 빈부의 격차에서 비롯된 상대적 빈곤과 행복의 박탈감을 온 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치권에서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하지만 그 정치권의 역할을 하는 주역들은 대부분 종교집단에서도 자기의 역할을 또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여러 모양으로 현행법을 교묘하게 악용해서 상상도 못할 만큼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기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 일감몰아주기를 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재산을 키워가는 것을 봅니다. 그런가 하면 순환출자라는 방법을 통해서 같은 계열의 기업끼리 돌려가면서 이익창출을 하고 일반 사람들은 도저히 알 턱이 없는 부를 축적하면서 무차별적으로 계열사를 늘리고 있음을 봅니다.

그런데 우리 종교집단마저 복지기금이라는 명목 등을 통해서 어마어마한 국가예산을 떼어가는 것을 보면 이것은 마치 대기업들이 하는 교묘한 방법, 즉 일감몰아주기와 순환출자 방식을 국가와 짜고 하는 식으로 교회 세를 부풀려 가고 있음을 봅니다.

물론 교회가 그들의 조직적인 운영과 헌신적 사랑을 바탕으로 여러 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된 복지국가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로 인한 이익집단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면세혜택까지 받는 종교집단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양극화의 고질적 현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을 갖습니다. 그래서 교회지도자들이 본보여 줘야 할 것은 각 교단이 형성하고 있는 재산이나 여러 물질의 혜택을 공유하는 방법과 균형적인 소득분배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국가 정책에 대해서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와 세금의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서 지금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 교회들이 보다 신선하고 매력있는 집단으로의 거듭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원한 세상을 향해 함께 손에 손잡고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 재 용 천주교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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