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대형화재
어제 새벽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 삽시간에 옮겨붙어
노후 점포 다닥다닥 ‘반복된 人災’… 상인들 ‘망연자실’
13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시장에는 시꺼멓게 불에 타 본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개와 뼈대만 남아 죽어가는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철재 구조물만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하루아침에 점포를 잃어버린 상인들은 전쟁 피난민처럼 넋을 놓은 채 아무 데나 걸터앉아 먼발치의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시장상인 L씨(55·여)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다.
이날 새벽 2시 40분께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어시장 내 332개 점포 중 36개 점포를 태웠고, 시장 위를 덮고 있던 천막(300㎡)도 불에 타 모두 5천500만 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소래포구 어시장에 이처럼 큰불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월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해 6천3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남긴 바 있다.
당시 불에 타기 쉬운 천막 구조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점포·좌판들이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각종 전선이 외부로 노출돼 있는 등 낙후된 시설 때문에 어시장은 전체적으로 화재에 취약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화재 복구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새로 나열된 점포와 좌판들은 여전히 서로 붙어 있었고, 다시 설치된 천막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불씨에도 큰 화재로 번질 수밖에 없는 어시장의 낙후된 환경이 또 한 번 대형화재를 불러온 것이다.
불이 피해 간 다른 점포도 여전히 화재에 취약해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소래포구 어시장은 다른 재래시장에 비해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소래포구 어시장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애를 먹고 있다”며 “지난달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조사용역이 착수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경비원 A씨(58)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