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천사들, 알고보니 대출사기 악마

쪽방촌 돕던 천사들… 알고보니 벼룩의 간 노리는 ‘늑대 무리’

도시락 배달등 자원봉사 독거노인들 환심 산 뒤 인감ㆍ개인정보 넘겨받아

전세자금ㆍ차 대출사기로 10여명에 10억원 가로채

무료 도시락 배달을 하는 등 자원봉사자로 위장해 도심 쪽방촌 주민들의 환심을 산 뒤 이들을 등처먹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공중파 방송까지 이용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날개없는 천사’로 둔갑, 이를 믿는 소외계층에게 조직적인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쪽방촌 주민을 상대로 대출 사기 등을 벌여 10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L씨(35) 등 2명을 구속하고, H씨(52)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L씨 등은 지난 2011년 초부터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가족과 연락이 끊긴채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 등에게 매주 1~2차례씩 무료로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하며 환심을 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지난 2011년 4월과 2012년 2월께 공중파방송을 이용, 자신들을 무료로 도시락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독거노인 등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도와주기까지 했으며, 이후 신용회복은 물론 대출도 받게 해주겠다며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1년 4월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K씨(43·여)의 채무 600여만원을 갚아주고 개인정보를 넘겼받았다.

L씨 등은 이 정보로 K씨의 전세집을 마련해 주겠다며 전세자금 대출 5천만원을 받아 가로챘으며, 또 K씨 명의로 자동차를 산 뒤 차량 담보 대출로 1천500만원도 받아 챙겼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전세자금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 명목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3억7천여만원을 받아 이를 가로챘다.

또한 담보대출에 이용된 차량은 대포차량으로 처분해 피해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가중시켰다.

이와 함께 이들은 안양 평촌 일대 유흥주점 3곳에서 K씨(56)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카드깡을 하면서 5억3천만원의 부가가치세를 탈루하기까지 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2006년 유령법인을 세운 뒤 법인 명의로 830여대의 휴대폰을 개통한 뒤 대포폰으로 유통시켜 2억2천만원을 편취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방송까지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준 ‘양의 탈을 쓴 늑대’이다”라며 “현재까지 피해자만 10여명에 달하며,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안양=한상근기자 hs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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