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아트페스티벌’ 축소? 무산?

이선호

6살, 11살 두 딸을 둔 아빠는 올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아이들이 항상 가고 싶어하는 용인 에버랜드에도 데리고 가야 하고 어린이 영화, 연극, 뮤지컬도 함께 봐야 한다. 수영장, 바닷가도 가야하고, 욕심을 더 부려본다면 해외여행도 함께 떠나고 싶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비참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작은 소원을 외면하기 일쑤다. 대출금에 생활비에 보험료에 이것저것 계산하고 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능력 없는 아빠는 더욱 아이들에게 미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유치 않은 아빠, 엄마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범한 아빠, 엄마들에게 올해는 한가지 더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5월 대대적으로 펼치려던 ‘키즈 아트페스티벌’이 예산부족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무산된다는 이야기다. 전당은 지난해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수 있는 키즈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 도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당은 ‘키즈 아트페스티벌’이 한국 최초 어린이전문예술축제라고 소개하며 평소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에게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지난해 축제기간 3일 동안 전당을 찾은 도민이 4만6천여명이나 됐다고 하니 말그대로 대박(?)행사다. 국내에서 처음 열렸다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입상 한국작가 원화전’ 등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도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주머니가 얇은 엄마, 아빠들은 축제장에서 웃고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며 느끼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것과 딱! 맞아 떨어지는 행사가 ‘키즈 아트페스티벌’이 아니었을까? 전당은 이 행사를 올해도 일단 추진한다고 밝혔다. 많은 도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수 있는 행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키즈 아트페스티벌의 운명은 현재 축소하거나 무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도내 엄마, 아빠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페스티벌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야외 무료 체험 프로그램과 야외무대 등이 사라지고 5월 몇몇 어린이 공연, 전시만 개최하는 안이 검토중이다. 행사를 축소하고 페스티벌이라고 부르기엔 왠지 격이 맞지 않는다.

‘키즈 아트페스티벌’이 이렇게 기로에 선 주된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예산이 줄다 보니 다양하게 기획했던 ‘키즈 아트페스티벌’의 이벤트를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빤한 예산을 가지고 기존에 했던 행사는 물론 신규 행사까지 추진해야 할 전당의 입장이 제일 갑갑할 것이다. 올해 전당 예산은 12억원이 줄었다. 지난해 ‘키즈 아트페스티벌’ 행사예산이 3억원이었다. 아쉬운 점을 지울 수 없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비롯해 도내 박물관 미술관들은 서민 아빠, 엄마들의 산 교육장이다.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의 꿈을 키울수 있는 소중한 공간들로 여겨진다. 이런 도내 문화 기관들이 서민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민 4만명이 즐긴 페스티벌이라면 3억원이라는 예산은 과감히 투자할 만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