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누출은 순식간에, 삼성 대응은 느긋하게

‘불산 누출’ 7시간 지나 보수작업 승인
 삼성, 16시간 동안 현장에도 안나갔다

경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과실책임 전무이사 등 7명 입건

삼성전자가 불산이 누출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7시간 동안 보수작업 승인을 내리지 않았으며, 16시간 동안 현장에는 나가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경찰은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C전무이사 등 삼성전자 3명,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4명 등 총 7명을 업무상과실치상사 혐의로 입건키로 했다.

26일 경기지방경찰청ㆍ화성동부경찰서 합동수사반의 중간수사결과,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7일 오후 2시33분 케미컬팀 11라인 담당자 K씨(여)가 STI서비스로부터 불산이 누출된다는 유선 보고를 받았다.

자체 소방대(GCS팀) K부장(여)도 오후 3시8분 STI서비스로부터 불산이 누출돼 임시로 비닐봉투로 받쳐두었고, 명일 긴급교체가 필요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11라인 경보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7시께 상황이 심각해지자 STI서비스는 케미컬팀 I씨에게 불산 누출이 심각해 밸브교체가 필요하다고 유선 보고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밤 11시32분 재차 STI서비스가 보수작업을 요청하자 그제서야 승인했다. 불산 누출 사실을 보고받은지 무려 7시만이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다음날인 1월 28일 오전 6시3분 화성공장 내 다른 라인에서 가스감지센서에 알람이 울리자 불산 누출 16시간 만에 자체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대는 오전 6시56분부터 배풍기 9대(대형 2대, 소형 7대)를 설치하고 이 가운데 8대를 오후 5시59분까지 12시간 가량 가동, 중단, 이동을 반복한 것으로 CCTV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후 삼성전자는 불산 누출 보고를 받은지 24시간 뒤인 오후 1시50분 고용부 경기지청에 근로자가 사망했다는 보고를 했으며, 오후 3시10분에 불산이 누출됐다고 알렸다. 경기도 기후대기과는 오후 2시42분 불산이 누출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며, 경찰과 소방은 삼성전자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상사 혐의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C전무이사와 K부장, K직원 등 3명과 STI서비스 C전무이사와 L수석부장, J직원, P파트장 등 7명을 입건키로 했다.

이들은 유해위험물질인 불산 취급 및 관련 설비에 대한 관리ㆍ감독 태만으로 불산누출 주의 및 신고,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다.

그러나 P파트장은 사고 당시 숨졌기 때문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실제 입건 대상자는 6명이다.

경찰은 환경부, 고용부와 함께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이후 배풍기를 이용해 외부로 배출한 행위 등에 대해 관련 조사내용과 수사자료, 법률 등을 면밀히 검토해 추가 입건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는 관리책임 등을 이유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인 J사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1차 누출은 불산탱크밸브의 이음쇠 부분인 실링(고무패킹)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됐으며, 2차 누출은 개스킷 삽입 작업 불량과 재사용, 볼트의 불완전한 조임 등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이를 계기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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