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트레킹 열풍을 뒷받침할만한 도시의 인프라는 아직도 기대에 못 미친다. 제주 올레 길과 지리산둘레 길, 북한산둘레 길 등 각 지자체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생활공간과 떨어져 여행자 위주로 구성돼 있거나 순수한 보행자만을 위한 길 찾기가 어렵다.
생활공간과 유리된 산책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져 치안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도시가 급격한 도시화로 녹지 공간이 절대 부족한데다, 환경 훼손에 따른 쾌적성이 떨어져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의왕시의 경우 ‘명품 트레킹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큰 도시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 면적의 64%를 차지하는 6개의 산(청계산, 백운산, 바라산, 오봉산, 덕성산, 모락산)과 2개의 호수(백운호수, 왕송호수), 26개의 하천 등 천혜의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어 걷기 코스 개발 등 기반 구축이 수월하다.
특히 집을 나서면 도보로 10분 거리 이내에 산이나 하천ㆍ호수를 곧바로 접할 수 있는데다 수도권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아 ‘걷기 족’의 만족도가 탁월하다. 2012년 국토연구원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할 정도로 주민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솜씨가 없으면 음식 맛이 없듯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걷고 싶은 도시와 접목하지 못하면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걷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걷기 족’이 선호하는 저지대 수평이동이 가능한 인프라가 우선이다. 인프라 구축은 등산로 정비와 하천 주변 산책로 복원, 순환형 생태 탐방로 개설이 핵심적인 과제다.
의왕에 있는 산들은 해발 500m를 넘지 않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일반인들에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시는 그동안 시에 소재한 6개의 산을 잇는 의왕대간을 개발하고 등산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그 결과 의왕지역 산을 찾는 등산객의 찬사와 수원ㆍ안양ㆍ용인 등 인근 지역시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천 주변 산책로 복원사업은 주민주거공간과 밀접한 하천을 중심으로 정비가 이루어졌다. 학의천을 비롯한 청계천ㆍ왕곡천ㆍ왕림천ㆍ한직천ㆍ양지천 등이 대상이었다. 생태 하천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복개돼 사라진 도심지역의 옛 물길을 복원하고 시민에게 자연친화적인 쉼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왕시의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은 철저히 시민 중심으로 환경친화적인 동선을 중시했다.
하천들이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수질오염으로 악취가 진동했던 학의천은 2000년부터 국비 지원 사업으로 정화사업이 추진돼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 준공된 백운산 왕림천의 경우 본래의 목적인 재해예방은 물론 산책로 정비 등을 통해 시민친화적인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학의천ㆍ왕곡천ㆍ왕림천 등 관내 생태 하천 주변은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걷기운동을 하는 시민으로 넘쳐난다.
생태 탐방로는 왕송호수에서 백운호수를 연결시키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개설 사업으로 2006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왔다. 지난 20011년 15.9㎞(왕송호수∼아름채) 구간의 누리길이 개설됐으며 현재는 사업비 210억원이 투입된 산들길(길이 6㎞, 폭 6∼7m) 조성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산들길은 장미동굴 등 다양한 테마를 도입해 시민의 휴식 공간은 물론 수도권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걷고 싶은 도시는 많은 도시가 꿈꾸는 전략적 과제다.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의왕이 녹색 생태도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민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켜 국내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도시’로 뻗어나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김 성 제 의왕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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