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신임 교황이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

얼마 전 우리 가톨릭교회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베네딕도 교황이 사임을 하고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교회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임 교황이 당신을 교황으로 선택한 추기경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그리스도를 증언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박애주의자들의 민간기구, 소위 NGO기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없이 걷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없이 교회를 건설하고,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있다면, 우리는 주님의 제자가 아닙니다”라고 천명하였습니다. 십자가를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씀입니다.

현대인들은 보다 안일하고 편리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아 그것을 행복의 목표로 삼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행복의 기준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현실 속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메커니즘 환경을 개발해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려 돌진하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현대의 종교가 여기에 부응하여 앞장서는 것 같이 보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산업사회와 물질문명 개발에 앞장서 있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많은 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십자가를 삶의 중심에 두어야…

여기에 우리 현 교황이 이를 지적해서 현대의 신앙인들 특히 지도자급에 있는 성직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신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신앙의 행위가 갖가지 모양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대로 교회를 펼쳐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리스도 신앙을 갖고 사는 신자들이 신 구교를 다 합쳐본다면 무려 2천만명 가까이 됩니다. 어마어마한 세력입니다. 국민의 절반이 됩니다. 게다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크게 주는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거의 3분의 2를 훨씬 상회합니다. 즉 그리스도 신자들이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기계문명은 세계 여러 나라보다 첨단을 가면서도 이에 따르는 부의 축적은 대기업들에게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의 균형이 이미 깨져버렸기에 많은 국민들은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에 깊이 빠져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OECD국가 중에서 행복수치가 최하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 되신 교황은 크리스천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나라들이 자기 고국과 남미 일대의 경제를 얼마나 뒤죽박죽 만들어 놨는지를 잘 알고 있고 몸으로 체험하였기 때문에 이를 위한 경고를 보내신 것 같습니다.

약소국서 그리스도 모습 각인되길

중동의 자원이나 무기 개발은 미국이나 유럽나라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힘의 대결도 경제발전을 위해 간신히 일어서려는 우리나라를 전쟁의 현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을 봅니다. 크리스천들의 나라가 우리를 언제고 짓밟을 것이라고 중국은 생각할 것입니다. 아랍민족의 쓰라린 역사에서와 같이 말입니다.

그리스도는 약소한 사람이나 나라들에서의 당신의 모습이 진하게 각인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십자가가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근원이거나 원리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인간은 욕망의 방법을 찾아 행복을 쫒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상대를 악용하거나 억압하거나 제쳐놔야 하고 결국엔 그 불행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엄청난 불행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깨우쳐야 할 것입니다.

최 재 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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