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검찰출입을 하던 20여년전 어느 봄날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다 당시 인천 남구 석바위 인천지검 청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
특수부 검사실 건너편에 참고인이나 피내사자 대기실이 있었는데 그 때 그곳에서 서성이던 서너명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무슨 잘못을 지었는지 모두 사시나무 떨듯 움츠려 있었다. 당시 그곳에 있던 한 사람에게 무슨일로 왔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없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사람은 배임수재혐의로 구속됐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던 기억이 난다. 사회 환부를 도려내고 많은 사람들이 정의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활인(活人) 검(劍)’을 사용해야 했지만 검찰이 그러지못한 하나의 예이다. 악(惡)을 신속하게 도려내 사회에 다시 맑은 피가 돌게 해야 하기 위해 검찰 수사는 예리하고 민첩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검찰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부를 찾지 못하고 수사의 칼날을 이리 저리 휘두르면 검찰 수사는 ‘살인(殺人) 도(刀)’로 돌변하게 된다.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지 못하고 생살을 헤집고 다닌다면 그 칼날에 인명이 희생된다. 필자는 23년간 법조를 출입해오면서 부드럽지만 민첩하고 강단있는 검사들을 많이 접했다.
조직폭력배를 담당해서 인지 검사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매일 클래식 음악을 틀어놨던 강력부 A 검사.
부드러운 선율이 흘러서 인지 검사실 입회 수사관들은 조곤조곤한 말투로 피의자를 심문했다.
A 검사는 남성 치곤 가냘픈 인상이었지만 당시 그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았던 인천지역 최대 폭력조직이었던 꼴망파를 도려냈다. 특수부 B 검사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지만 대형 공직비리를 단칼에 베어낸 기억도 생생하다. 당시 A 검사와 B검사는 필자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번 수사에 대한 지역 사회 평가는 어때!”라며 수사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인천지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몇몇 검찰 수사가 갖가지 잡음과 함께 비틀거리고 있다. 인천지검 수사과는 인천지역의 설계ㆍ감리업체인 (주)단건축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이회사 실제사주인 A씨의 개인비리 등에 대해 두달째 수사중이지만 이렇다할 수사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사이 항간엔 검찰수사가 소리만 요란했지 별효과없이 흐지부지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 회사가 검찰인맥을 동원해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지 않고 있다’는 등의 갖가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사건실체 규명을 위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릴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인사비리의혹 수사도 장기화되면서 각종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이사건 수사를 지휘할 특수부장과 2차장검사가 정기인사를 통해 인천지검에 부임했다.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업계에서는 (주)단건축이 조성한 비자금이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 지방 토착 세력 간 검은 연결고리로 작용, 비리 토착화가 깊숙이 자리 잡게 되지 않았는지 규명하길 바라고 있다. 교육공무원들은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벌여 인천교육계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소망하고 있다.
토착비리 척결차원에서 처벌 또한 엄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하고 있다.
인천지검 검사들 만큼은 인천을 떠날때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보람있게 떠났으면 한다.
손 일 광 인천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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