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게 행복… 마음이 풍족한 나는 진짜 부자”

한천수 광주시장애인聯 장애인버스 운전기사

“가진 게 많지는 않지만 부족하더라도 나 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게 즐겁고 행복합니다.”

광주시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버스 운전기사 한천수씨(59)에게 봉사는 일상이다.

한씨의 일과는 매일 오전 5시 새벽공기를 마시며 경안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로 시작해 재활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의 출·퇴근을 돕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 장애인들을 병원까지 데려다 주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다보니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장애인 가족들의 전화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의 봉사활동 경력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아내의 손에 이끌려 나간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경안천 제방의 풀을 깎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미화 활동는 물론, 광주시가 운영하는 이동 목욕차량을 운전하며 직접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목욕을 돕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복지시설에서 노후된 건물을 수리하고부터는 10년간 20여채의 집을 수리했다. 장판과 벽지 등 집수리에 필요한 자재는 공공기관 및 종교시설로부터 제공받은 헌책을 팔거나 파지를 수집해 마련한 비용으로 구입했다.

집수리가 끝난 후에는 틈틈이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묻거나 말 동무를 해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의 봉사활동은 사람들이 사는 집수리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광주의 관광명소인 남한산성과 태화산, 앵자봉, 정지리 생태습지공원 등을 찾아 새집을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그가 광주 전역에 설치한 새집은 900여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워 시설에 보내지 못하는 장애우들과 함께 소풍을 다니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기차여행을 다녀온 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한 아이의 부모로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으로 기차여행으로 좋은 추억을 남겨줘서 감사하다며 한없이 흐느끼던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가진 게 많아야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풍족해야 진짜 부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짜 부자”라고 말했다.

광주=한상훈기자 hs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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