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문을 열어야 하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파괴와 파멸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뿌려져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저 또한 도서관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라는 것을 가슴 깊은 곳에 아로새기고 있습니다.
군포시는 면적으로만 비교하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세 번째로 작은 도시이나 인구 대비 도서관 이용실태만큼은 전국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6개의 공공도서관과 35개의 작은도서관, 미니문고 28개소, 야외 북카페 5곳 등이 도시 전역에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책이 있으니 누구보다 좋아하는 건 시민입니다. 굳이 도서관에 찾아가지 않아도 굳이 오래 앉아서 책을 읽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도서관은 나무와 나무가 만나 숲을 이루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책은 나무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역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희망의 나무들입니다. 책이라는 나무와 희망이라는 나무가 만나 울창하고 향기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고 보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꿈과 희망을 키우는 도서관
정작 저는 도서관에 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없을뿐더러, 간다 해도 차분하게 앉아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탓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도서관을 예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도서관을 짓고 싶은 마음도 여전합니다. 도서관이야말로 우리 시의 으뜸 자랑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말 군포의 6번째 공공도서관인 부곡도서관이 개관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먹고사는 일에 더 많이 투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일면 먹고사는 것과 무관해 보이는 도서관 건립을 뚝심 있게 추진해 왔던 것입니다. 부곡도서관의 운영 테마는 ‘따뜻함, 그리고 가족’입니다. 도서관은 딱딱한 책상에 앉아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억지로 책을 읽어야 하는 곳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으려는 의도입니다.
저는 도서관의 건립은 먹고사는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는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이 묵묵히 도서관을 지키며 왕성하게 공부할 때 거기서 공직자도 탄생하고 기업체의 직원도 탄생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도서관 건립에 힘을 쏟는 건 비단 일자리가 나온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서관은 꿈이 자라는 곳입니다. 나무와 만난 나무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도서관입니다.
책의 고향이 나무이듯 도서관은 공공의 공간 중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책과 나무로 된 책상, 나무로 된 서가와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 자란 나무도 있고 어느새 고목이 된 나무도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책과 더불어 하나되는 시민
민선 5기가 출범하면서 ‘책 읽는 도시, 군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한가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민선 5기 출범 3주년을 앞둔 지금 우리의 군포는 어느덧 책을 통해 시민이 하나 되고, 책과 더불어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군포는 어딜 가서도 소리 높여 자랑할 것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의 도시’ 군포, ‘도서관의 도시’ 군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훗날 자기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의 입에서 “어린 시절 책의 도시 군포에서 자랐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오늘도 한 그루의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도서관 도시’ 군포의 자긍심을 심을 것입니다.
김윤주 군포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