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문 음악가 집에서 태어나 연주와 지휘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바흐는 오디션에서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바흐는 심사위원 중 한명인 당시 함부르크 최고 오르가니스트인 J. A. 라인켄 (Reincken)으로부터 극찬을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르가니스트로 뽑힌 인물은 후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유한 무역업자의 아들이 오르가니스트의 영예를 안았다. 바흐의 출중한 실력을 누른 것은 바로 교회에 수천마르크의 기부금을 낸 부유층의 아들이었다.
당시 함부르크는 상업이 발달한 항구도시였으며 문화중심지로 당시에는 성직매매행위가 만연해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결정에 함부르크의 저명한 목사 노이마이스터(Erdmann Neumeister)는 이러한 불합리한 결정에 반대하며, 풍자했다고 한다.
“만일 이 천사들 중 하나가 A 교회 오르가니스트가 되기위해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였더라도 돈이 없으므로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 도내 모 대학의 B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총무부서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환경미화원을 채용하는 데 면접 심사위원으로 와달라는 정중한 청탁 전화였다.
기초자치단체가 속한 지역과 연고가 없는, 해당 지역과 거리가 먼 교수 3명을 면접관으로 위촉하기 위함이라는 전화였다. B 교수는 지리적으로 가깝지 않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자체의 새로운 모습에 기꺼이 응했다.
결국, 면접관 3명 모두 지자체와 거리가 먼 외부 인사로 채워졌으며, 면접일까지도 지자체의 어느 단체장이나 간부공무원 등으로부터 누구를 잘 부탁한다는 연락이나 쪽지를 받지 않음에 또다시 놀랐다. 환경미화원으로서의 청소업무를 담당 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조건 등을 토대로 심사에 임할 수 있었던 B 교수는 지자체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 했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함께 여론으로 부터 뭇매를 맞았다.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인사였다. 인사로 인해 하락하던 지지율은 최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을 통해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면서 또다시 인사로 인한 잡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용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는 달리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는 다면 오르던 지지율은 곤두박칠 칠 것이 자명하다. 정부출범초기와 같은 누를 범하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때부터 전문성을 인사의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도와 산하기관, 수원시 등 지자체마다 공모를 통해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공모 형태도 부지기수다. 특히 민선 5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단체장 측근들의 자리를 위한 공모가 잇따를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자리인지, 외부 인재를 영입하겠다면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들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들러리를 내세우는 공모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방자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인사부터 공명 정대해야 한다. 300년전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오늘날에는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오디션 탈락 이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든 바흐덕분에 후세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일뿐이다.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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