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김포의 터전을 르네상스 하자

‘르네상스’는 원래 부활, 재생을 뜻하는 말로 14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까지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사상, 문학, 미술,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의 인간성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교양의 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인간성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교양의 제고를 판단하는 근원적 기준이 바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라는 반전적 모순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십자군 전쟁으로 황폐해진 교회 권력과 피폐해진 민생, 그리고 유럽 중심의 세계관이 깨진 충격에서 선택한 것이 유럽 문화의 원류이자 중심인 그리스와 로마를 다시 구현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김포는 마치 14세기 유럽이 맞닥트렸던 것과 같은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시승격 15년만에 인구 30만을 넘어섬으로써 본격적인 대도시 행정을 준비하게 되었으며, 지난 2003년에 시작한 김포한강신도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주변 상황의 많은 변화는 필연적으로 지역 구성원의 획기적인 교체와 함께 역사 문화적 공유 부분의 차이에서 기인한 가치, 이익의 다양성 및 지역 정체성의 혼란도 유발하고 있다.

이처럼 김포시는 빠르고 거대하게 밀려오는 다양한 주민 욕구와 행정수요에 대하여 적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금의 김포 그리고 미래 김포를 설계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미 김포의 여러 지역이 각각의 특성과 여건에 의해 서로 다른 발전 동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일이다.

구 김포 시가지를 비롯한 한강신도시 구역과 통진읍, 고촌읍, 양촌읍의 중심부는 누가 뭐래도 이미 계획적으로 잘 짜여진 도시지역이다. 높고 큰 아파트 단지와 밀집 상가지역이 주변의 다른 도시지역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양촌읍 외곽 지역과 대곶면, 하성면 지역 등은 우리가 인정하기 싫더라도 이미 크고 작은 기업체와 공장들이 일반 주택들 보다 더 많이 들어서 있어 이들을 효과적으로 융복합해서 기업의 활동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쾌적한 주거환경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월곶면의 경우 군하리 중심부를 관통하던 국도48호선이 우회도로를 따라 외곽으로 나가면서부터 비롯된 지역 쇠락 문제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합의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 마다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특성화 전략을 갖지 않고서는 다양한 시민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런 전제로 우리의 생활 터전에 대한 르네상스가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 김포는 온갖 물목과 세곡을 실을 삼남 지방의 배들이 하루 두 번 조수를 따라 올라오면서 물골마다 물류와 주막거리를 형성하고 전국 제일의 군세를 과시하면서 한강 하구의 패자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했었다. 이제 다시 각 지역마다 지금까지 가장 융성했던 당시의 모습과 가치를 재발견해서 이를 통해 얻어지는 부가가치와 이익을 시민, 후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한강신도시 조성을 마무리하면서 과거 한옥 마을이 있었던 운양동 모담산 주변에 대한 아트빌리지 조성에 남다른 관심과 정성을 쏟는 일이라든지, 통진 이청 복원을 계기로 월곶면 군하리 일대 통진 관아지를 복원하고 이를 활용한 군하리와 월곶면 일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는 일 등은 이처럼 그동안 우리가 누리고 지켜 온 터전을 재생하는 일이다.

14세기 중세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를 사는 30만 김포시민 모두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과거 김포가 누렸던 문화적 번영과 영화를 다시금 구가할 수 있도록 우리의 터전을 르네상스 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

유영록 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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