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책무를 맡으면서 자주 공자의 말씀을 새겨왔다. 논어에 담긴 옛 성현의 자치 철학을 접하며 스스로에게 답을 얻곤 했다.
해 마무리를 하면서 “한 고을을 맡으면 1년안에 기틀을 만들고 3년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던 공자의 말씀이 마음에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지난 달 말 남구의회 정례회를 열면서 구정연설을 빌어 그간의 성과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도심 활성화ㆍ도화 청운대 유치
첫째 성과로 내세웠던 것이 ‘통두레를 통한 주민자치역량 성장’이다. 통두레 모임을 바탕으로 남구의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선언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주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을 위해 보람을 찾을 때 주민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시작한 운동이다.
공공선이 무엇인 지,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아는 ‘시민적 지혜’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민적 덕성’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통두레 운동’을 제창했다.
통두레 모임이란 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주민들의 주체적인 모임이다. 통 단위로 주민들이 스스로 모임을 결성해서 지역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통두레 모임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숭의2동 장사래마을지킴이, 주안3동 기흥주택, 주안5동 자율주차모임, 주안8동 연흥광명두레, 문학동 지석통두레 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주민들의 지혜와 실천력을 바탕으로 쓰레기문제, 주차문제, 안전문제 등 일상의 현안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공동체 회복의 다름 아니다.
원도심 활성화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냈다는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7일 숭의동 목공예마을에서 ‘주민이 만드는 마을창작공방’이 문을 열었다. 구도심 성장동력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안전행정부의 ‘희망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된 후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공방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올 한해 인천시도 원도심 활성화사업을 줄 곧 주창해왔다. 남구는 제물포역세권 활성화라는 대 주제를 설정, 주민공동체조직 조성을 통한 주민참여 기반 지역재생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제물포북부역 일원, 숭의목공예마을, 숭의평화시장을 세 축으로 활성화 사업을 펼쳐왔다. 이번에 문을 연 마을창작공방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사업인 것이다.
인근의 또 한 지역으로 숭의동 우각로문화마을은 문화예술을 매개로 지역주민과 예술인, 관이 협력해 이룬 원도심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이곳이 ‘우수향토자원 30선’으로 선정됐다는 낭보를 굳이 꼽지 않더라도 이제 우각로문화마을은 구도심 마을공동체 회복의 전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새로운 희망의 기류가 일고있다는 것도 남구가 갖는 경쟁력이라고 짚을 수 있다.
도화구역에 청운대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제물포스마트타운과 행정타운 건립에 정부지방합동청사 건립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구, 더이상 ‘침체 아이콘’ 아니다
석바위 옛 법원자리에는 가정법원과 등기국이 들어오기로 했는 가 하면, 용현동 군부대 자리에는 보훈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안역에서 주안5공단에 이르는 지역은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과 주안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을 통해 인천의 중심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구도심 남구가 침체의 아이콘이 아닌 것이다.
논어의 자장편을 보면 ‘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유시유졸자 기유성인호)라는 말이 있다. “잘 시작하고 잘 마치는 사람은 가장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라는 의미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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