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힘든 할머니·어머니 구하려 ‘화마’ 속으로… 고양서 주거용 비닐하우스 화재… 일가족 4명 사망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던 일가족 5명 중 4명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불은 선인장 가업을 이으려는 부자의 꿈을 산산조각낸 것은 물론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구하려던 두 아들의 효심까지 앗아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3일 오전 6시3분께 고양시 일산서구 산율길(옛 구산동) P씨(72) 가족이 살던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이 비닐하우스와 다육식물 재배용 비닐하우스 1개 동의 절반 등 모두 490㎡가 불에 탔다.
이 불로 P씨의 장모 K씨(97·여)와 P씨의 아내 J씨(65·여), P씨의 두 아들(40, 37)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두 아들은 30여년 동안 선인장을 키워 ‘선인장 대부’로 통하던 아버지로부터 선인장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결혼도 미룬 채 이 비닐하우스에서 아버지를 돕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아들은 불이 나자 주저없이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구하기위해 화마속으로 뛰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번진 불과 자욱한 연기 속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외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
불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P씨의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인 여성직원으로 이 직원은 P씨를 깨워 함께 불을 끄려다가 연기가 심해져 대피, 화를 면했다.
이들은 물을 뿌려 불을 꺼보려고 했으나 이날 고양시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8도까지 내려가는 등 강추위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나머지 가족은 잠을 자고 있다가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화를 당했고 특히 장모는 노환으로, P씨의 아내는 중풍 환자로 각각 거동이 힘든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광역1호를 발령했으나 워낙 불이 빠르게 번져 인명 구조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현장에서는 배전판 옆 불에 탄 기름보일러와 다수의 연탄이 발견됐으며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배전판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P씨 가족은 고양시 덕양구 신도동에서 화훼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다가 개발 보상을 받아 최근 이곳으로 옮긴 뒤 비닐하우스 10개 동을 임대해 선인장 등 다육식물을 재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은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17분께 완전히 진화됐으며 모두 8천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고양=유제원기자 jwyoo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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