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켠 채 잠자다 차량서 불이 활활

겨울철 공회전 차량 엔진과열 화재 급증 남양주서 2명 숨져

“자동차 시동을 켠 채 잠깐 잠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위험할 줄은 몰랐습니다”

회사원 K씨(33)는 최근 집 앞 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K씨가 싸이드 브레이크를 잠근 뒤 잠결에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이 빠르게 가동됐던 것.

야근을 하고 자정을 넘겨 집에 돌아와 피곤한 탓에 차에서 깜빡 잠에 든 게 화근이었다.

K씨는 “그나마 금세 깨서 다행이지 까딱하다간 차에 불이라도 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씨가 사는 수원시 한 아파트단지 경비는 “새벽 시간대에 히터를 틀어놓은 채 운전석에서 잠들었다가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공회전 차량을 찾아 주민이 있는지 살피는 게 요즘 주된 일”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공회전 차량이 엔진과열로 화재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의가 요망된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 건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15건에 달한다.

지난 10일 새벽 4시20분께에는 남양주시 와부읍 주택가에 주차된 승용차에 불이 나 차 안에 있던 K씨(29)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동을 켠 채 누군가 차 안에서 자고 있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엔진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8일 새벽 1시50분께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북로 인근 공터에서도 차량 한 대가 폭발과 함께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운전자 한 명이 숨졌다.

이처럼 공회전 차량 화재가 잇따르는 이유는 겨울철 추운 날씨에 히터를 켜둔 채 잠이 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중 일부가 잠결에 가속페달까지 밟으면서 엔진이 급격히 과열되기 때문이다.

차가 멈춰 있는 경우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없고 냉각팬만으로 엔진열을 식히기 어려운데다 가속페달을 밟게 되면 엔진이 빨리 회전하면서 과열되는 탓에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공회전 상태에서 히터를 켜고 가속페달까지 밟으면 엔진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화재위험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차량에서 히터를 켠 채 잠을 자는 것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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