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중복출점 우후죽순에 매출 타격”
공정위, 8월부터 ‘영업지역’ 설정 실효성 의문
편의점과 빵집,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출점 거리제한이 2년 만에 폐지되면서 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가맹점주들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거리제한 폐지로 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인접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 동네상권이 다시 무한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상권 붕괴를 막을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기업활동이 과도하게 규제된다”며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대폭 정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프랜차이즈 빵집 500m, 치킨집 800m, 편의점 250m 이내에 자사 브랜드를 신규 출점할 수 없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사라진다. 대신 공정위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가맹사업거래법을 통해 점포 개설 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협상을 통해 설정한 ‘영업 지역’에 따라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별 가맹점주들은 영업 지역 설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동안 횡행했던 중복출점이 다시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 가맹사업거래법은 무분별한 가맹점 출점을 막고자 영업 지역을 설정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가맹본부와 점주 간 자율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게 돼 있어 사실상 점주들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맹 본사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공정위 모범거래기준으로 신규점포 출점에 제약을 받은 가맹본부가 무차별적으로 점포를 출점할 가능성도 크다.
수원 정자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J씨(42)는 “가맹본부의 무분별한 점포 개설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 경우 힘없는 점주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겠냐”며 “영업지역 설정으로 거리제한 기준이 지금보다 줄어들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동주 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본부와 점주 간 불공정한 계약관계는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며 “거리제한 폐지는 열악한 점주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당장 모범거래기준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된 동네빵집 역시 거리제한 폐지에 예의주시하며 골목 상권 침해가 생길 시 즉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이 늘어나면 동네빵집도 경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개정된 가맹사업법에서 영업지역 설정을 의무화하게 돼 있는데, 이를 어기면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 가맹점주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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