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기타 제작 엄태홍씨
광주시에서 가업을 이어오며 50여 년 간 클래식기타를 만들어 오고 있는 기타 제작자 엄태흥씨(73).
엄 씨는 한국 최초의 기타 제작소 ‘다이아몬드 기타’의 설립자인 선친 고(故) 엄상옥 선생에 이어 수제클래식 기타 제작을 위한 외길 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아들 엄홍식씨(43)가 가업을 이어 3대째 기타를 만들고 있다.
엄씨의 기타는 독일산 스프르스 나무와 인도산 장미목만을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으로 둥글게 퍼지는 선율이 특징이다.
처음 기타를 만들기 시작할 때는 국내 일반목공소에서 재료를 구해 만들기도 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이후로는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좋은 재료를 구입해 왔다.
엄씨는 “20~30m 길이의 나무 한 그루에서 얻을 수 있는 기타 재료는 5~6개에 불과하다”면서 “10여년 동안 온도를 맞춰가며 건조된 목재가 있어야만 좋은 기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건조한 목재여야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른 뒤틀림이 적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엄 씨의 고집 때문.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때도 있지만, 엄씨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기타는 음악인들은 물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자자하다.
이미 국내 최고의 명품클래식기타로 인정받은 그의 기타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미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레오나르도 브라보(Leonardo Bravo)가 국내 초청 공연장에 전시된 엄씨의 기타에 반해 자신의 기타를 뒤로하고 국내 연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극 이용하며 홍보를 자처했다.
엄씨는 “돈을 벌기 위해 기타를 만들었다면 나만의 기타 만들기는 미완성에 그쳤을 것”이라며 “연륜과 경험, 열정과 성실함이 없이는 결코 좋은 기타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선친께서 대한민국 클래식 기타의 초석을 다진 만큼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며 “이제는 아들이 세상이 기억하는 기타 제작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광주=한상훈기자 hs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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