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아닌 동반자 정신 필요
바로 1박2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였다.
전통적인 혈맹 북한을 제치고 대한민국부터 찾은 중국 최고지도자의 파격행보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공개된 중국 유명 여배우와 한국 영화감독의 결혼발표가 맞물리며 대한민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국내외 언론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실리중심 사회, 갈등ㆍ분노만 남아
게다가 시 주석의 방한시점이 매우 절묘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극단적 우경화와 북한과의 돌발적 협력관계 추진으로 한-미-일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었고, 대내적으로는 계속되는 대형 사건사고들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 월드컵 특수까지 무산되며 국민정서가 바닥을 치는 시점이었다. 바로 이때 ‘별에서 온 그대’처럼 찾아온 시 주석 내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의 한국방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에게 상당히 큰 숙제를 남겼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밀월관계는 ‘미국-대한민국-일본 vs. 중국-북한-러시아’라는 틀 속에서 유지되어 왔던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세력균형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동북아시아의 각 나라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외교-군사적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북아시아의 국제관계는 신뢰가 아닌 실리에 따라 끊임없이 요동치게 되는, 즉 ‘우방, 혈맹’ 등을 외치던 ‘의리시대’는 지나가고 각자의 이익을 냉철하게 계산하며 행동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한국 언론에게 전달한 특별기고문 ‘風好正揚帆(순풍에 돛을 달자)’에는 『논어』에 나오는 ‘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얄팍한 실리주의가 장기적인 상호협력 및 동반성장의 관계를 떠받치는 기초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실리를 추구하더라고 그 밑바닥에는 굳건한 신뢰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같은 글에서 ‘호혜협력을 견지하고 이익의 융합을 강화’하여 ‘이익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즉 굳은 신뢰가 진정한 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는 ‘한번 내 편은 영원한 내 편’ 식의 맹목적인 ‘의리 지키기’가 아니다. 그런 의리의 결과는 편가르기가 될 뿐이다. 올바른 신뢰는 ‘서로를 향한 아름다운 진심을 믿어주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언행이 때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라도, 상대방의 진심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확신이 신뢰이다. 그래서 성경의 잠언은 “친구의 책망은 아파도 진심에서 나오지만, 원수의 입맞춤은 거짓에서 나온다”(27:6)라고 가르친다.
편가르기 아닌 동반자 정신 필요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상당수의 문제들은 바로 ‘신뢰가 빠진 실리중심의 관계’, 즉 상대방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어야 할 부부 및 부모자녀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빠지면 갈등과 분노만 남게 된다. 한국의 높은 이혼율과 반인륜적 가정폭력이 급증하는 현상은 우리의 가정들 속에서 신뢰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의 사회 각 분야에서 화합과 상생보다는 충돌과 다툼의 소리가 훨씬 더 커지는 이유도 각 사회주체들 사이에서 신뢰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노력하는 사회 속에서는 모두가 실패와 절망의 아픔을 겪게 된다.
이제 각자의 손익장부를 내려놓고 서로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길을 함께 찾아보자.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