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교황 프란치스코

평화의 사도로 일컫어 지는 교황은 온 인류의 아버지로서 세상의 평화와 사랑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시다.

265번째 교황이신 베네딕도 16세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의 직무를 내려놓으시며 266대 교황으로 남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이셨던 베르골리오 추기경께서 선출되시면서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새 이름으로 가지셨다.

종신제인 교황직을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 나시면서 우리는 같은 시대에 두 분의 교황을 보게 되는 역사적 사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직 교황인 베네딕도 16세를 ‘명예 교황’이라고 칭하며 예우하고 남미 최초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가톨릭교회는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고(故)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전직 교황이신 요한23세 교황과 바오로6세 교황의 뜻을 받들고자 두 분의 이름을 따서 ‘요한 바오로’라는 이름을 가지셨고, 다음 교황이신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로서 이름을 날리시던 라칭거 추기경은 이름을 ‘베네딕도’로 정하신 것은 가톨릭교회의 원칙과 정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으셨던 것이다.

원래 베네딕도 성인(480-547)은 유럽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분으로 수도회의 기본 규칙서를 마련하시고 엄격한 생활과 규칙적인 기도를 바탕으로 수도생활의 기초를 다지신 분이시다. 이런 이름을 선택하신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기본에 충실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266대 교황으로 뽑히신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역대 어느 교황도 쓰지 않으셨던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선택하셨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기 위해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치스코(S.Francesco)의 이름을 택하셨는가? 성 프란치스코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듯이 13세기 초 청빈한 삶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헌신으로 평생을 살았던 성인이시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과 청빈함을 본받아 교회의 기본 정신을 깨우치게 하시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교황궁에 머무르지 않으시며 게스트 하우스인 마르타의 집에 머무르시고 지난 78세 생신 때는 로마 근교의 노숙자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검소한 차림과 격식없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시며 이시대의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복음의 기쁨’이라는 책을 통해 역설하고 계신다. 검소하고 겸손하시며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하시는 교황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로마로 몰려 들고 있다.

이런 훌륭한 평화의 사도이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우리나라에 오신다. 나는 가톨릭 교회의 사제로서 같은 시대에 이런 훌륭한 교황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휴가로 내어 놓은 일정을 뒤로하고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아픔을 치유하시기 위해 교황께서 8월 14일에서 18일까지 방한 하신다.

교황님이 즉위 이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아시아 대륙에 수많은 지역 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제일 먼저 방문하심은 한국교회에 대한 큰 관심과 배려가 전제되어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굳이 한국교회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 교회보다 특별한 자격을 갖추었거나 많은 복음적 열매를 맺었기 때문은 아니다.

마치 자녀가 여럿인 부모에게는 같은 자녀라도 어려움에 처한 자녀나 위기를 겪는 자녀에게 먼저 마음이 가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 그리고 오늘의 한국이 세계적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는 지정학적 표징과 상황이 교황께서 더 마음 쓰시는 이유일 것이다.

교황께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어루만져 주실 것이고 세월호 참사로 아파하는 가족들을 위로하시며 분단의 아픔으로 신음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실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한, 미, 일, 중의 정세속에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고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Viva Papa! Viva Papa!”

송영오 신부ㆍ천주교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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