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동들에 “감사하다” 화답
국산 소형차 타고 이동 눈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이자,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12억 가톨릭 교인의 수장이자, 전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국 환영단 치고는 소탈한 풍경이었다.
그래서 의미를 더한 영접식이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남공항에 이탈리아 국적의 전용기를 타고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의 손을 붙잡고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이날 공항 영접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신자 대표 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평신도 32인의 면면이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자부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선교사 등 우리사회의 소외계층과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사제복인 흰색 수단(Soutane)을 입고 한국 땅에 들어선 교황은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은 채 홀로 트랩을 걸어 나왔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시 무릎을 꿇고 땅에 입 맞춤을 했던 친구(親口) 없이 가볍게 목례로서 환영단을 맞았다.
마중을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한 뒤 서울 계성초등학교 6학년 최우진, 2학년 최승원 남매가 건넨 꽃다발을 받았다. 이에 교황은 화동(花童)들에게 “친절하다. 감사하다”는 말로 화답했다.
이어 교황의 통역을 맡은 정체전 신부의 소개 아래 환영을 나온 평신도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중에는 장애인 대표로 참석한 정진숙씨(62ㆍ제노베파)도 있었다.
그녀는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봉제협동조합 솔샘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때 입었던 제의를 만들기도 했다.
18일 미사 주례때 그녀가 만든 장백의를 교황이 입을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1년과 2012년 탈북한 한성룡씨(44)와 김정현씨(58ㆍ가명) 등 새터민 2명과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씨와 볼리비아 출신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 씨 등 이주노동자 2명도 환영단에 이름을 올리며 교황을 영접했다.
외국인 선교사 2명도 있었다. 영국 출신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양 수산나(78·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인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3·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그들이다.
양 수산나 여사는 1959년 한 달이 넘는 긴 항해 끝에 한국에 입국해 3년 뒤 대구 가톨릭푸름터를 세우고 불우한 여성들에게 미용기술을 가르쳤다.
또 안 신부는 1966년 입국해 서울 강북구 일대 달동네에 살며 주민들과 철거 반대 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자활센터 설립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영접식을 끝낸 교황은 오전 청와대 인근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들러 여정을 풀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간단한 연설을 마친 교황은 주요 공직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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