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란 이력서 범행 대상 상품 미끼 개인정보 빼내 대포통장 개설 범행 악용
“유명 채용 사이트란 믿음 때문에 자칫 전과자 신세가 될뻔했습니다.”
인천시 동구에 사는 A씨(21·여)는 지난 7월 대학 방학을 맞아 국내 유명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 구직란에 이력서를 적어 올렸다. 곧장 한 물류회사로부터 “물건을 산 뒤 인터넷상에 후기를 남기면 일당 6만 원을 준다”는 조건의 쪽지가 도착했다.
물건도 회사 측이 대신 사주기로 했다. 다만, 규정상 내 현금카드로 산 뒤 회사로부터 다시 환불받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했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퀵서비스 기사에게 통장 사본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적은 쪽지를 넘겼다. 근로계약서에 표기된 회사 주소는 간단한 인터넷 주소 검색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실존 회사여서 의심 따윈 없었다.
그러나 A씨의 통장은 이날 밤 곧바로 부산과 제주에서 금융사기에 대포통장으로 이용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도운 셈이다. 결국, A씨는 경찰서에서 수사대상이 됐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A씨는 “알고 보니 근로계약서상 회사 주소는 멋대로 적어놓은 거였다. 공신력 있는 채용 사이트라 의심조차 못했는데, 도무지 어떻게 더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사법기관을 사칭하며 벌어지던 금융사기의 무대가 채용 사이트로까지 확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초년생 등 구직자들이 자칫 모르는 사이 전과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0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구직자를 속여 금융정보를 빼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19) 등 5명을 구속하고, C씨(3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유명 채용 사이트가 신종 대포통장 모집 공간으로 이용된 사실이 드러난 첫 사례로, 확인된 피해자만 20여 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피해자가 사기단을 도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본격 수사에 앞서 이례적으로 사이트 운영사 측에 주의를 안내하는 문구를 게시하게끔 요청하는 등 신종 범죄 피해자 확산을 염려해 왔다.
신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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