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AG 1등공신 자원봉사자 ‘의욕 상실’

열악한 지원·부정적 여론몰이

“가뜩이나 봉사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누가 욕까지 먹으면서 봉사하고 싶겠습니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의 숨은 주역인 자원봉사자들이 열악한 지원과 부정적인 여론에 사기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AG조직위 소속 1만 3천 명, 지자체 자원봉사센터 소속 3천245명 등 1만 6천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아시안게임 안내, 행정, 경기 지원, 환경 정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만을 받거나 일부 봉사자는 이것조차 받지 않고 1일 4시간 이상 자발적으로 나서 대회 운영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적은 예산과 미흡한 대회 준비 탓에 자원봉사 환경도 매우 열악해 선학경기장 등 일부 지역은 안내 부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현수막조차 달려 있지 않다.

또 조직위 소속 자원봉사자와 지자체 소속 자원봉사자로 이원화돼 상대적으로 지원이 열악한 지자체 자원봉사자가 심리적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자체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고 경력이 많지만, AD 카드도 발급받지 못한 채 경기장 외부 자원봉사만을 맡고 있어 화장실 등 편의 시설도 경기장 외부에서 따로 이용해야 한다.

특히 각국 선수와 사진을 찍거나 경기 관람에 몰두하는 일부 자원봉사자의 튀는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며 다른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꺾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자원봉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지자 자신의 생업을 포기하고 대회 성공만을 위해 봉사에 나선 이들까지 기운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모든 일에 열성적인 일부 자원봉사자는 이번 AG만 마치면 더는 자원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AG에 이어 아시아장애인경기대회(APG)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다른 대회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하는데 연일 안 좋은 얘기만 듣다 보니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많은 인원이 빠지면 이어 열릴 아시아장애인경기대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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