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마스코트 ‘물범 3남매’ 수난시대

▲ 인천AG 마스코트인 물범 3남매가 23일 오전 인천시청 1층 의무실 옆 공간에 각종 집기와 함께 방치돼 있다. 신동민기자

“물범 3남매가 어디 갔는지 봤더만, 창고에 박혀 있네요.”

23일 오전 11시께 인천시청 1층 의무실 앞 계단.

청소도구와 버려진 의자 등 각종 집기가 쌓인 공간 한 쪽에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마스코트 물범 3남매(비추온·추므로·바라메)가 서 있다. 여전히 환하게 웃는 표정과는 달리,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얼굴은 기름띠로 얼룩져 있다. 홀로 뒤로 돌아선 바래메 등판엔 헤진 실밥이 선명하다.

같은 시각 인천시교육청 지하 1층 창고. 이곳의 문을 열자마자 각종 기자재 속에 파묻힌 비추온과 추므로가 눈에 띈다. 아예 바라메는 어디론가 보내져 이산가족이 됐다.

인천AG 마스코트이자 평화의 상징 물범 3남매 대형 인형(조형물)이 창고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와 시 교육청에 따르면 인천AG의 홍보 등을 위해 인천AG조직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물범 3남매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인천AG가 끝난 지 한 달 반이 지난 현재 훼손되거나 서로 뿔뿔이 흩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대회가 끝난 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일단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라며 “방치는 아니다. 조형물 부피가 커서 어디에서 전시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물을 자체 예산(550여만원)으로 구입한 일선 지자체들도 사후 처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등 물범 3남매가 대회 후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아직은 청사 등에 전시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지만, 뾰족한 활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벌써 동구는 1층 로비에 있던 조형물을 3층 복도 한쪽 편으로 옮겨놨고, 부평구는 아예 산하 청소년수련관으로 이동시켰다.

한 구 관계자는 “대회도 끝났는데 이걸 계속 전시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면서 “시나 조직위와 상의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천AG조직위는 조형물 수십 개가 인천지역 공공기관은 물론 시민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설치됐지만,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이를 어떻게 처리·활용 할지 등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인천AG조직위 관계자는 “의미 있는 물건이 방치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감한다”며 “잘 활용하고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만간 총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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