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전기장판 의지 ‘겨울나기’… 재개발 지역 ‘난방복지 사각지대’

[현장&] 도심속 도시가스 오지 ‘부평동’

▲ 도시가스 공급이 안 돼 LPG나 기름보일러에 난방을 의지해야 하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동수북로 50번 길 49일대의 골목을 주민이 지나고 있다. 박용준기자

“홀몸노인이 도시가스 안 들어온다고 돈 더 내고 다른 거 쓰겠어요? 돈 아끼다 더 아프기 십상이지.”

1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동수북로 50번 길 49 창휘경로당 안.

70대는 족히 넘었을 노인 20여 명이 심심풀이용 ‘고스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 홀몸노인으로 도시가스 대신 얇은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야 하는 집을 피해 모였다.

경로당조차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 기름 보일러를 사용 중이지만, 그나마도 비싼 난방비 탓에 가동은 제한적이다.

노인 A씨(71)는 “아랫동네도 예전부터 도시가스가 들어왔는데 이 동네는 힘없는 사람들만 살아서인지 들어온다는 말만 예전부터 떠돌고 있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인천지역 도시가스 보급률이 90%를 넘어섰지만, 인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 일대 100여 가구는 여전히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다.

왕복 6차로인 경인로와 200여m, 백운역과도 3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지만, 이곳 주민들은 도시가스 대신 유지비가 3~4배나 비싼 기름보일러나 LP 가스로 겨울을 난다.

개인주택뿐만 아니라 경로당, 어린이집, 종교시설 모두 같은 상황이어서 운영비가 다른 곳에 비해 2~3배는 더 든다.

도시가스가 없다 보니 주거환경 낙후화는 가속도가 붙어 빈집 관리구역도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이 지역에 도시가스 보급이 더딘 이유는 지난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백운1주택재개발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이 수년 전부터 도시가스 연결을 위해 분담금을 걷기도 했지만, 실낱같은 재개발 희망 속에서 주민 단결조차 쉽지 않다.

인천시·인천도시가스가 벌이는 도시가스 공급 협의 역시 비용 분담 및 토지주 승인에 부딪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재개발되는 지역인 관계로 시설분담금 2천700만 원 외에도 2억 3천만 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비를 주민이 분담해야 해 사업비 분담 협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470m 공사구간 토지주들이 대부분 반대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올해 겨울도 이곳 주민들은 남들보다 비싼 겨울을 보내야 한다.

인천도시가스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이라 주민들 부담이 커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토지주들이 승낙하지 않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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