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장학회 ‘구청장 친목회?’… 사무국 전관예우·측근예우 잡음

인천시 중구가 운영하는 장학회에 목적이 불분명한 사무국이 신설돼 수천만 원의 인건비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중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 지역 내 고교·대학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재)월디장학회(이사장 구청장)’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특히 구는 지난 4월 민간기탁금 확대 등 재단 활성화를 목적으로 장학회에 사무국장(4급)과 실무관(8급) 등 2명의 인력을 갖춘 사무국을 신설했다. 사무국장엔 퇴직한 전 구청 고위 간부가 임명됐다.

그러나 사무국 신설 목적이 법률에 맞지 않아 구청장 측근 자리 만들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출자·출연해 설립한 법인·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민간기탁금 확대 등을 목적으로 사무국을 신설했음에도 정작 법률에 어긋나 민간기탁금을 모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장학회는 지난 4월 사무국 신설 이후 장학금 재원이 수십만 원 늘어난 데 반해 인건비로는 수천만 원이 쓰여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변질됐다.

2012년과 지난해 각각 8천800여만 원 수준이던 민간기탁금은 사무국이 신설된 올해 1억 1천400만 원으로 3천여만 원 증가했다. 그러나 통상 2.5% 시중은행 예금 이자율을 놓고 보면, 장학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 75만 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이들 2명에 대한 인건비는 4천100여만 원(10월 기준)이 쓰였다. 학생에게 줄 장학금 75만 원을 벌고자 54배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한 셈이다.

이정재 중구의회 의원은 “사무국 신설로 얻는 효과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단순히 퇴직 공무원 자리 만들기로 전락한 사무국으로 인해 장학회 재원만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사무국이 간접적으로나마 민간기탁금 확보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신임 사무국장이 사비를 털어 거금을 장학회에 기탁하는 등 기금 확대에 솔선수범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월디장학회는 설립 후 현재까지 구 출연금 100억 원과 민간기탁금 7억 4천만 원 등 100억 7천여만 원의 재원을 마련, 이자 발생분으로 학생 283명에게 장학금 5억여 원을 지급했다.

신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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