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와 만난 경기민요… 사할린 이주민 恨 달래요”
1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 경기도립국악단 창작 음악극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 제작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북진정책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거주하기 시작한 이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천가’와 ‘억척가’ 등 판소리의 현대화를 이끈 남인우 연출이 동명 연극을 음악극으로 재탄생시켰다. 경기민요가 주축이 된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오는 18~21일에 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다음은 남인우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경기민요를 중심에 둔 음악극, 도립국악단이나 연출 모두에게 도전이다. 제작 계기는.
처음 작품 제의를 받고 두려웠다. 판소리는 서사를 바탕으로 음악이 진행되는 형식이지만, 민요에서 서사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민요는 가볍고 흥겨운 느낌이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1년 정도 공부하면서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김민정 작가가 사할린에서 겪은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 스토리를 결정하게 됐다.
-기존 연출작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뭐였나.
제작 방식은 동일했다. 작가, 작곡가, 연출가, 드라마투르그 등 모든 제작진이 대본부터 음악적 구성까지 모든 작업을 함께 동시에 진행했다. 다만 사천가는 8개월, 억척가는 5개월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긴 시간 함께 했다.
전통음악을 사용한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하지만 음악의 늬앙스가 달랐다. 밝은 사랑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주로 경기민요를, 애잔하고 상징적인 장면에서는 서도민요를 썼다. 또 민요 특유의 창법을 유지할 수 있는 신곡과 서양식 화음을 쓰기도 했다.전반적으로 출연배우도 늘어나고 3인 밴드에서 16인조 국악관현악단으로 스케일이 커졌다.
-왜 지금 경기도에서 사할린 이야기인가.
많이 고민한 지점이다. 공연에서 그 이유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경기도에는 사할린 이주민이 많이 있다.
나도 경기도 출신이고 부모님도 경기도에 계신다.(웃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주 정책이나 사할린 동포들의 아픔이 아니라 지금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였다. 눈보라가 치는 혹독한 땅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이 거꾸로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것 같았다.
-무대 연출 의도와 주목할 장면을 꼽자면.
이전 작품들처럼 무대 장치는 없고 계단만 있다. 대신 영상이 풍경을 표현한다. 의상도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톤으로 제작했다. 전반적으로 비주얼은 담백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숲인지도 모를 정도로 눈이 쌓인 길에 아주 작고 빨간 브루스니까 열매가 박혀있는 장면을 연출, 삶을 이어가는 의지를 표현했다. 관객이 경기도의 소리로, 경기도의 마음으로, 관람하셨으면 좋겠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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