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자성참회 그리고 무한 희망

올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마음으로 화성시에 있는 31운동 유적지인 제암리를 다녀왔다.

독립만세 운동에 참여했던 발안 지역민들과 31운동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석호필, 1889~1970)를 생각했다.

그 분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주체적 자존의 정신을 다짐하였다. 근래에 건설된 향남신도시 지역은 정조대왕의 꿈이 깃든 고장으로서 제암리 정신을 이어받아 자존심 있는 문화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코필드 박사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도, 제암리 운동에 관련한 여러 참혹했던 사실들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 분은 봉사와 나눔을 실천했던 분이고 지금은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계신다. 특별히 한국을 사랑하셨던 분이다. 화성시에서는 문화재청의 동의를 받아 제암리에 박사의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마음 속에 이미 박사의 동상을 세우고 돌아왔다. 그 분과 한 뜻이 되는 것이 진정 참다운 동상을 세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동행한 분들이 나의 얘기를 듣더니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제암리를 다녀와서 참선 정진하는 구들방에 장작불을 넉넉히 때고 편히 누워 초발심의 수행정진을 되새겨 본다. 구들방의 따뜻한 온기가 심신에 가득 전해온다. 참으로 온전히 환희롭다.

우리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의 지혜와 공덕에 하나 되어 그 큰 가피를 가득 받으면 우리의 생명도 이와 같이 편안하고 환희로워 진다. 우리 관세음보살은 일체중생이 바로 내 몸과 같다고 하시는, 둘이 없는 불이(不二)의 대자비의 화현이요 진리적 모성애의 화신이시다. 나는 더하여 올 한 해를 보내는 성찰의 뜻으로 불교수행의 가르침을 다시 깊이 사유해 본다.

먼저 ‘일중일체다중일(一 中一切多中一)이고,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는 화엄경의 가르침이다. 하나 속에 일체가 들어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들어 있으며, 한 티끌 속에 무한 우주가 들어 있다는 물리적이며 존재론적인 진리철학이다. 작은 미시적 존재와 무한히 광대한 우주 존재와의 완전한 조화와 합일의 가르침이다.

또한 현재의 무상한 현상으로써의 존재 속에서도 참 본래의 성품을 깨달으면 영원한 해탈을 얻고 바로 그 자리가 열반정토라고 하는 금강경과 법화경의 가르침이다. 무상한 현실과 영원한 해탈의 초월적 진리가 한량없이 미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참선수행의 대승의 가르침으로써 정진하여 자성불을 확철하게 깨달으면 ‘취지무궁(取之無窮), 용지불갈(用之不竭)’의 경지가 된다. 취해도 취해도 다함이 없고 써도써도 다함이 없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애자재한 대용심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집착되거나 고정된 생각없이 본래의 진리성으로 그 마음을 쓰는 것이다. 본래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고 쓰는 것이다

우리 발보리심한 불자들은 이런 가르침과 수행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일체의 어리석음을 보면 모두 내 마음의 반영이고 그림자이니 스스로 깊은 자성참회를 하고 이 현재의 순간에 무한한 꿈과 희망을 담아 우리의 본성에 있는 성불생명을 향하여 진실하게 가야만 한다. 한 순간 한 순간 초발심을 되새기며 쉼 없이 그렇게 가야만 한다. 이 것은 수고스런 인욕이 아니라 도리어 환희 충만한 큰 행복이다. 다함없는 성불의 공덕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 불자들은 이렇게 관세음보살과 하나가 되자. 남겨두는 이 없고 둘도 없는 그 완전한 부처님의 자비와 공덕심으로 이 한 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자. 우리 불자들은 한 생각 속에 영원한 해탈을 머금고 마음과 몸으로 정성 다한 수행의 땀을 내면서 뜻 깊게 한 해를 마무리 하자.

인해 스님 진불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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