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크리스마스 문화축제’ 신포동 금강제화 오거리
“크리스마스트리 때문에 교통사고 나기 딱 좋아졌어요.”
25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신포동 금강제화 오거리.
오거리에 진입한 한 차량이 갑자기 멈춰 어디로 향할지 어리둥절해한다. 서로 반대편에서 오거리에 진입한 다른 차량은 정면을 마주 보고 급정거, 경적을 울린다.
오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20m가량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구조물이 차량 방향에 혼선을 줬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트리 주위를 돈 차량도 이내 불법 주·정차 차량과 맞닥뜨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곳 오거리는 신포사거리와 경동사거리에서 진입한 차량이 모두 만나는 신포상권 중심 교차로다. 중앙에 놓인 대형 트리가 사실상 회전교차로 역할을 하지만, 도로 바닥엔 차선은 커녕 차량 진행 방향조차 적혀 있지 않다. 또 트리 하단을 받치는 불투명한 시멘트 구조물(1.5m가량 높이)이 운전자의 반대편 시야를 가리지만, 반사경마저 없다.
이곳에 설치된 교통 안전시설물은 ‘우회하시오’ 글귀와 화살표를 적은 간이 팻말이 전부다. 이마저도 야간엔 무용지물인 비야광 팻말이다.
택시기사 A씨(55)는 “가뜩이나 반짝거리는 트리에 정신이 팔리는 상황에서 확실한 진행 방향 표시까지 없으니, 언젠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일 ‘2014 크리스마스 문화 축제’를 본격 개막하기에 앞서 이달 초 메인 트리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트리 주위에 대한 교통안전대책은 사실상 전무, 각종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구는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시선 유도봉과 안전표지, 교통 유도원 배치 등 최소한의 교통시설물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받았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는 트리 설치가 완료된 후에서야 뒤늦게 “도로 노면에 방향을 도색하고 공식 교통 표지판을 설치한다”며 경찰에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임시 안전시설보다 공식 시설을 설치하는 게 낫다 판단했다”며 “심의 통과 여부를 떠나 도로 흐름을 방해하는 주정차 단속은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의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는 트리 설치가 완료된 지 1개월여 지난 오는 29일께 열릴 예정이다.
신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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