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어린이집들, 평가인증 ‘고득점’ 아이들만 ‘피멍’

연이은 어린이집 폭행… 엄마들 분노 ‘허술한 평가’ 관리·점검 도마위
당국은 방지 대책 쏟아내지만 “사후약방문식 처방” 지적 쇄도

▲ 15일 오전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 소속 학부모가 원아폭행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인근에서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함께 서명을 받고 있다. 장용준기자

최근 아동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천지역 어린이집 대부분이 평가인증에서 고득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관할당국의 관리·점검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와 정치권, 해당 지자체에서 잇따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뒷북행정을 펴는 모양새여서 시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을 살펴보면 지난 8일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여아를 폭행해 파문이 일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내 K 어린이집은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평가인증 총점(100점 만점) 95.36점을 받았다.

분야별로는 보육환경 97.33점, 운영관리 97.67점, 보육과정 97.67점, 상호작용과 교수법 88.33점, 건강과 영양 95.00점, 안전 96.00점을 받았다.

지난해 말 보육교사가 두 살짜리 아동을 여러 차례 바닥에 내동댕이쳐 충격을 준 남동구 U 어린이집도 비슷하다. U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에서 총점 94.33점을 받았으며 보육환경 부문과 보육과정 부문은 모두 100점을 받았다.

관련기관이 직접 어린이집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더라도 어린이집 측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서류와 물품 등 눈에 보이는 시설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어서 심도 있는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관계 당국 등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이날 해당 어린이집을 찾아 “아동학대는 엄중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CCTV 설치 의무화, 기록 장기 보존 등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보육교사 자격 및 인성검사 강화, 처우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K 어린이집은 운영정지 처분을 하고 해당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은 형사 처벌과 별도로 자격정지나 취소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보육지도 전담팀을 설치해 어린이집 지도점검과 관련자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향후 학부모, 입주자대표 등과 협의를 거쳐 해당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책 마련에 나섰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 아동 폭력사건 방지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국회의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을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신학용 의원은 보육교사 인성교육 필수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민은 뒷북조치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집 폭행 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리감독 강화,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대책을 발표했으나 모두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확보도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유해숙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보육을 부모나 민간(어린이집)에 떠넘기기만 하고, 필요한 예산 마련을 등한시한 결과”라며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만 소동 피울 것이 아니라, 보육교사 전문성 강화 등 근본적인 법적·제도적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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