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입학인지… 어린이 명품쇼인지…

“우리 아이 기죽을 까봐” 책가방 30만원·신주머니 8만원 ‘OK’

29일 오후 인천시내 한 백화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아들 책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한 학부모가 가방가격을 물어본 뒤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책가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데다, 싼 것을 사주자니 자칫 친구들의 책가방과 비교돼 아이가 위축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부모는 고민 끝에 25만 원을 주고 아들 가방을 샀다.

2007년생 ‘황금돼지띠’에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위해 학부모들의 고가 가방 구입 열풍이 불면서 서민·저소득층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인천지역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입학 시즌을 앞두고 주니어 책가방과 신주머니를 출시했다. 가격대는 유명 패션 브랜드가 평균 20만~30만 원이며 신주머니는 8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한 수입 브랜드의 아동용 책가방은 기능성을 내세워 5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신학기를 맞아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에게 값비싼 선물을 해주고 싶은 학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과 자신의 자식을 돋보이게 하려는 심리가 맞물리면서 매출액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 백화점 직원은 “올해 출시된 국내 유명 아동용 브랜드 가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었으며, 일부 품목은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저소득층 학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학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20만 원대 책가방을 사주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아이가 가방 때문에 주눅이 들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초등학교 교사 B씨(39)는 “간혹 학교에서 친구의 책가방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는 부모로부터 자신의 책가방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전해들었기 때문”이라며 “자칫 자녀의 동심을 파괴하고 물질만능주의 이념을 심어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생들은 책가방 가격에 관계없이 운동장에 집어던지고, 땅바닥에 내려놓고 신나게 놀 나이다”면서 “실용성 있고 튼튼한 가방을 사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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