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외면받는 사이버교육센터

한물간 자격증 취업에 도움안돼 외주업체는 ‘동영상 재탕’ 서비스
대부분 강좌 수강률 10% 미만

“요즘 컴퓨터 타자 못 치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동영상 강의라니 어이가 없네요.”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A씨(22·여)는 최근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인천시민사이버교육센터(이하 센터)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 자격증 취급도 하지 않는다는 워드프로세서는 물론 행정사, 컴퓨터 활용 등 한물간 자격증 동영상 강의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시에 1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수강할 수 있는데 수강 신청자가 너무 적어 ‘과연 강의 수준이 높을까? 자격증 따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에 강의 수강도 하기 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2년부터 연간 1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시민 평생학습을 위해 외국어과정, 자격증과정 등 모두 130여 개 교육과정을 개설, 시민을 상대로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철 지난 자격증 강좌가 상당수인데다 대부분 교육과정이 수강률 1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은 공무원 시험 가점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취업전선에선 사라진 지 오래고, 컴퓨터기초·OA·홈페이지 제작 등의 강의도 지난 2000년대 초반에 반짝 유행했던 강의다.

이 때문에 센터가 시민이 어떤 강의를 원하는지도 모르는 등 수요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센터는 최근 몇 년 사이 ‘인기 자격증’으로 분류되고 있는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자격증 강좌도 개설했지만,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강률이 낮다. 9천999명 동시 수강이 가능하지만, 수강 인원은 강좌에 따라 적게는 12명(0.12%), 최대 339(3.3%)명에 그치고 있다.

또 센터는 동영상 강의 전반을 아예 어학원 등 외주업체에 떠맡기고, 연간 1억여 원의 돈만 지급하는 형태여서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외주업체가 기존 자신들의 동영상 강좌 서비스를 그대로 센터에서 재탕하면서 인천지역의 특색은 물론 강의의 차별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설문조사를 해 일부 강좌를 추가하기도 했다”면서 “다양한 이벤트 등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는 등 센터 운영 전반에 대해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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