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는 비싼데… ‘안전시설’ 나몰라라

‘연쇄추돌’ 신공항하이웨이 거센 책임공방 예고

1조 혈세 투입 영종대교 상습 안개·해무 ‘투자 인색’

서해대교·인천대교에 비해 전광판·안개등 턱없이 부족

106중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운영자인 신공항하이웨이(주)가 매년 수백억 원의 정부 지원금과 비싼 통행료를 걷으면서도 안개 등에 대비한 안전시설 재투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앞으로 신공항하이웨이 측에 연쇄추돌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등 책임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신공항하이웨이 등에 따르면 영종대교에 설치된 안개관련 안전시설은 전광판(VMS) 11개와 기상정보시스템(안개 시정계) 3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종대교는 안개·해무 상습지역인데도, 안전시설은 고작 안개를 파악하는 시설과 이에 따른 감속을 권고하는 대형전광판뿐인 셈이다.

반면 정부는 지난 2006년 서해대교 참사 이후 내부 규정 등을 만들어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전국 고속도로의 안개 상습구역에 다양한 안전시설을 강화했다.

서해대교엔 기상상황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대형전광판은 물론, 감속을 유도하는 소형전광판 39개, 비상상황 시 사용할 스피커 등 방송장비 92개를 설치했다.

또 교량 진입부 1.3㎞ 구간에 15m 간격으로 갓길 LED 시설 유도등을 설치했고, 운전자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100m 거리 표지판 2개, 경광등 등도 새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인천대교는 안개가 발생해도 차량이 차선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안개등이 50m 간격으로 무려 723개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이번 영종대교처럼 안개 때문에 CCTV로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더라도 레이더로 차량의 이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지기 12개가 설치돼 있다. 이 정보는 16개에 달하는 차로제어전광표지판에 표시, 실시간으로 도로를 통제할 수 있어 후방 연쇄추돌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공항하이웨이가 돈벌이에만 급급, 영종대교의 안전을 위한 시설 재투자에 손을 놓는 등 운전자의 안전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공항하이웨이는 개통 후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혈세를 받아 챙긴데다 비싼 고속도로 통행요금(현재 소형차 기준 7천600원)을 받고 있으며, 대주주에겐 13%에 달하는 이자 등 수익을 챙겨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학재 국회의원(새·서구강화군 갑)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상당수가 이용하는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안개 등 안전과 관련된 시설물이 턱없이 미비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아무리 민자도로라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이 담보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규제를 강화하고 시설을 갖추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공항하이웨이의 한 관계자는 “진입 전 대형 전광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고속도로 개통 이후 꾸준히 교통안내 시설물을 확충해왔다”면서 “현재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의 조사가 끝나면 시설물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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