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마스크’ 착용해도 목이 칼칼하다 했더니…

6년 만에 최악의 ‘겨울 황사’ 약국 등 때아닌 ‘마스크 특수’
일반용 ‘황사·감기 예방’ 문구 미세먼지 통과 ‘소비자 골탕’

“황사를 막아주는 마스크 인줄 알고 샀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인천 전역이 6년 만에 최악의 겨울 황사로 뒤덮이자 A씨(37·여)는 점심때 마스크를 사러 인천시 남동구의 한 편의점을 찾았다. ‘황사 마스크’가 적힌 진열대에서 2천~3천 원의 다양한 가격대의 마스크 중에 ‘뭐 별 차이 있겠어?’라는 생각에 싼 제품 하나를 샀다.

하지만, 착용한 뒤 자동차 매연 냄새가 나는 등 마스크를 쓰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뒤늦게 포장지를 봤더니 ‘황사 예방’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적힌 일반마스크였다.

A씨는 “진열대에 ‘황사 마스크’라고 쓰여 있기에 믿고 샀는데, 알고 보니 내가 산 제품은 아무런 효과 없는 일반 마스크였다”면서 “황사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를 같은 판매대에서 팔던데, 황사 마스크가 다 팔리고 일반 마스크만 남으면 사실상 소비자에게 가짜(일반마스크)를 파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지역에 황사 특보가 내려지면서 황사 마스크 판매가 급증한 가운데 일부 약국·편의점 등에서 일반 마스크가 황사 마스크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입자가 매우 작은 황사와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엔 KF 성능 인증을 하고 있다. KF인증 마크가 없는 제품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황사’나 ‘방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일반 마스크가 마치 황사 마스크처럼 팔려나가고 있다. 대부분 판매점이 한 판매대에 두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데, 최근 갑작스런 황사로 황사 마스크가 매진되자 자연스레 일반마스크도 황사 마스크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판매점 업주도 이를 굳이 일반 마스크라고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주안역 인근의 한 편의점도 한 판매대에 황사·일반 마스크를 모두 진열해 놓는 등 규모가 작은 편의점·약국 상당수가 이 같이 마스크를 구별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또 연수구의 한 약국은 판매대를 나눠 판매하고 있지만, 대신 일반 마스크 판매대에 ‘황사 및 감기 예방’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판매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황사 마스크로 착각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허위광고에 가깝다. 현행 규정에 이들 마스크에 가짜 KF 인증마크 부착 등에 대한 것만 처벌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판매 지침 등은 없어 보건당국의 단속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약국 관계자는 “손님이 직접 마스크를 확인하고 산다”며 “(우리가) 속여 팔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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