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조례’… 간판 번쩍번쩍 ‘잠못드는 밤’

주택 맞은편 술집 새벽까지 불야성 주민들 수면장애 고통의 나날 민원
관련 조례 구체적 단속지침 등 없어 지자체, 빛 환경 관리계획도 표류

“창문 밖으로 간판 불빛이 번쩍번쩍 대는데 잠이 옵니까?”

인천시 서구 석남동에 사는 A씨(42)는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집 맞은편에 새로 생긴 한 유흥주점의 발광다이오드(LED) 간판 때문이다. 창 밖 10여m에 있는 이 간판이 새벽 3시까지 여러 가지 색으로 바뀌면서 어지럽게 집 안을 비춘다. 창문에 커튼을 두 겹으로 쳤는데도 집 안에 빛이 들어온다.

A씨는 이 같은 ‘빛 공해’에 시달리며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최근에는 수면장애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 A씨는 “술집과 거의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바로 앞에서 빛이 반짝이다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아예 ‘새로 집을 구해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밝히는 빛 공해 여파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빛 공해 방지를 위한 조례를 만들었지만, 제재 규정 등이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24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각종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를 막기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과 빛 공해로 인한 피해 보상, 빛 공해방지지역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인천시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공표했다.

그러나 조례에 구체적인 단속 지침 등이 없어 시민의 빛 공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시가 조례 제정 두 달이 넘도록 전문가 협의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내 빛 공해 개선을 위한 각종 지원책 마련은커녕 일선 지자체도 자체적인 빛 환경 관리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등 조례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빛 공해와 관련해 매달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도 및 휘도 규제 등 전문가와 협의할 사항이 많다 보니 인천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세부규정을 수립한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 전문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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