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없고 꼬리만… ‘뇌물커넥션’ 반쪽수사

세무조사 편의 대가 ‘억대 수뢰’… 전·현직 국세청 공무원 ‘6명 기소’

검찰이 세무조사에서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KT&G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전·현직 국세청 공무원 6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인천지검 외사부(최용훈 부장검사)는 KT&G 등으로부터 세무조사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A씨(37) 등 국세청 전·현직 공무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B씨(53)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KT&G 전 재무담당 실장 C씨(56)와 모 패션업체 대표이사 D씨(48)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6명은 지난 2009년 8∼11월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한 팀으로 근무하며 KT&G와 모 패션업체를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업체로부터 각각 1억 1천800만 원과 1억 600만 원 등 총 2억 2천400만 원을 받아 한 명당 수천만 원씩 나눠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부는 KT&G의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거나 술과 골프 접대를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E씨(45)는 KT&G 등 업체 측과 허위로 세무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를 받아 A씨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의 한 팀이 이 같은 조직적인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다른 범행 등에 대해 추가로 밝혀내지 못해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건이 국세청 내·외부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던 KT&G라는 대기업의 정기 세무조사에서 범행이 발생한 점을 비롯해 당시 팀장(5급 사무관)도 아닌 실무자(6급) A씨가 주도적으로 KT&G 등과 협상을 벌이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국세청 공무원의 조직적 범행에 윗선의 지시 여부, 뇌물의 상납 여부 등 몸통수사에 대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해 꼬리만 잘라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손바닥 양쪽이 맞아야 소리가 나듯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회사 측과 공무원들이 서로 합의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았다”며 “범행 시기가 오래되어 모든 것을 밝혀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뇌물수수 건이라 사용처 수사는 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수사는 모두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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